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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요즘 빠질

1. 정조실록과 일성록을 못 읽고 있다.
왤케 쑤시고 있는 일이 많은 거냐. 난 백수라고, 한가해야 하는 거 아냐?! 정조님...ㅠㅠ
어쨌든 정조실록과 일성록은 못 읽고 있지만, 조선시대의 유학과 실학이라는 주제로 롱런 세미나에 들어갔다. (수유+너머 구로)
이 스터디의 가장 큰 벽은 조선을 현대나 중국이나 일본의 눈으로 봐서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이 중국을 섬기기는 했으나 두 나라는 분명히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였다. 조선은 작은 나라였지만, 간단한 나라는 아니었고, 기록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이지 저술 활동이 빈약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멋들어진 건축물은 있되, 누가 설계했는지(주로 집주인이 설계한 것으로 추정), 누가 목수였는지 기록에 남겨져 있지 않은 것처럼. (조선은 몸 쓰는 일을 천하게 여겼기 때문에, 공예인들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다.) 다양한 가능성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나라가 작아서 사상사도 빈약했다라고 하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겠나. 이건 건축쪽에서 조선의 건축설계를 보면서 그 시대 사상사를 비춰보는 것보다도 못하잖아.

뭐, 어쨌든 이제 시작이다. 정조 빠질이 이제 시작인 것처럼. 조선 유학-실학. 기둘리시라. 나는 사상적으로는 장자가 더 좋지만-ㅠ- 장자와 정조로 돌아가기 전에 정조님을 위해서 공부 좀 해주게써.


2. 더블 빠질 한 이후로 처음으로 바탕화면을 더블이 아닌 것으로 바꿨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사진으로. 산 보면서 하악대기.
앞으로 석달동안 사진보면서 내 몸뚱이는 저기 있다, 내 영혼도 저기 있다라고 세뇌하며 현실은 잊는다...는 아니고, 하여간 여행을 계획한다. 산은 참, 뭐라고 하기 어려운 경외감이 있어. 하늘도 바다도 어떤 종류의 경외감을 갖고 접하게 되지만, 산은 바라만 봐도 자연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물론 오르는 건 좋아하지 않음.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충분. 아, 생각만해도 마음에 평화.


3. 나의 사랑스런 테드.

특히 이 질 볼트 테일러의 강연은 봐도봐도 질리지도 않고, 좋다. (한글 자막을 선택하면, 자막이 나온다.)
관심있게 보고 있는 분야다. 과학쪽은 완전 모르지만, 유전자와 뇌과학(뇌의학)은 가장 가까이 있지만 완전 미스터리의 영역인 것 같다. 내가 (무진장) 싫어하는 멍청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분명 끊임없는 사회적 영향을 받겠지만 분명 유전자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점점 커지고 있고, 여기에 뭔가 뇌를 쓰는 것도 다르다는 걸 느낀다. 특히 현실을 인지하는 부분이 무척 다른 것 같다. 과대망상이나 현실인지능력 부족을 요즘은 싸이코패스라고 하는 것 같은데, 싸이코패스는 범죄자에나 해당되는 것이고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그런 행동(사고) 패턴 자체에 관심이 있다.

이를 공부하게 되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결국 계몽이다. (활용 안하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시시덕대고 싶지만.)
스터디에서 내가 발제 할 책인 감염된 언어를 읽고 있는데, 영어공용론에 대한 주장은 처음부터 프레임을 잘 못 잡고 들어간다.
'영어를 쓰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으니,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영어를 써야한다.'
이것은 국어의 국수주의(혹은 민족주의)와 자유주의(왜 사대주의가 아니고?)로 풀어낼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국수주의에 대칭되는 문제는 사대주의이고, 자유주의에 대칭되는 문제는 정치적으로는 평등이고 사상적으로는 부자유 곧 억압이다.
언어를 쓰는데 '경쟁력'을 찾는다면, 이건 국수주의나 사대주의나 자유주의나 평등, 억압과는 상관없다. 개인의 국가나 언어선택의 자유와 '국어'를 정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것은 자본주의적인 문제다. 이 문제에 찬성하는 사람은 자본주의에 쩔어있는 것이고, 반대하는 삶은 자본주의적인 사고를 안하는 것이다. 애초에 프레임을 잘 못 잡고 들어가니 당연히 모든 주장이 붕괴한다.
이건 그냥 '모지라'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자기 편한대로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런 인간을 어떻게 계몽하는 것인가. 어떻게 제대로 된 프레임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스스로 자본에 어떻게 휘둘리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한국 사회를 억압하는 것도 자본이고, 작동시키는 것도 자본이며, 사상조차 자본적이다. 중심에 자본이 서있다면 자본이 흔들리는데로 사상도, 삶도, 사회를 지배하는 모든 것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언어조차도.

제일 씨바스러운 것은, 저 책을 내가 골랐다는 것이다. 그냥 언듯 주워듣기로 괜찮다고 했고 제목이 맘에 들어서 선택했건만 헛발질도 이런 헛발질이 없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했더니 엄한 이야기만 하게 생겼다.


4. 덧붙이는 더블, 정민이 활동.
노래가 내 취향이 아니라 할 말은 없네요. 열심히 하세요.
왜 (제일 멀쩡하다고 느끼는) 형준이 곡으로 안 하는지 잠깐 궁금했으나 한동안 무대가 없었던 건 정민이 뿐이니 당연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형준이 곡 듣다 보니 생각났는데, 보컬이 더 좋았으면 노래가 더 살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뭐, 너네한테 보컬의 개성이나 밀도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그보다 정민이 '이하' 더블들에게 부탁이 있어요. 형준이를 영원히 바보로 살수있게 해주세요. 이 세상에 바보 하나가 줄어서 요즘 내 맘이 내 맘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