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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지

기다렸다는 듯이 용산을 철거하고, 삼성에 무죄판결을 주고,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을 밀어내고, 분향소를 철거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분위기를 바꾸고, 드디어 쇼프로를 해서 행복하고.

밖에 나가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서 나가기 싫다.
전에 한창 촛불일 때도 그랬다. 처음 물벼락 맞고 달달 떨면서 집에 와서 잠도 못자고 가족들이랑 점심을 먹으러 큰 식당엘 갔는데, 하필이면 엄청 큰 식당이었다. 대체로 형광등 조명이 빵빵해서 번쩍번쩍 빛나는 그런 식당. 그럴 땐 눈을 뜨고 있어도 잠자는 것 같고, 먹어도 뱃 속이 차는 것 같지가 않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인지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도 밖에 나가면 그런 기분이 든다.
어제 시청에서 재밌었던 것은 사람들이 슬퍼하면서도 '폰카'를 들이대며 찍더라고. 어제 아침에 발인 할 때도 그러던데. 참...신기했다. 하긴 이건 스타님 만난 빠순이가 폰카를 스타님 얼굴로 들이댈 때도 신기하긴 했었지. 아, 그리고 그 미어터지는 가운데 '국민장급 운구행렬'을 보고 싶어 구경 나온 사람들도 신기했다. 그건 최규하 대통령 때 보시지 그랬수...
그 와중에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나도 참, 신기한 년이네. 이러나 저러나 딴 세상이다.

어제는, 사람이 많기도 많았지만, 그래도 밀치고 빨리 가버릴 수도 있음에도 천천히 행렬을 진행했던 장례위원회측이 많이 고마웠다. 그들이 참여정부 때 보였던 모습과 같아서 더. 나 같음 이딴 식의 태도 용납하지 못했을 거다. 이제와서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면 뭐가 달라지나. 다음 날이면 이렇게 싹 잊고 말 것도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런 생각, 이런 비판 2-3일만 더 하고 이젠 화합하고 친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우리가 해야만 하는 건 '우리의' 연합이다. 비슷한 것들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는 것보다, 지금은 내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다는 더이상 지지않는 것이 이제는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은 자기가 잘 못하는 걸 알면서도 재차 잘못을 반복하는 그런 찌질이로 살기 싫다. 변해야해.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