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적으로 마블 영화를 보면서 '뭔가 시나리오가 좋은데?'라고 처음 느꼈던 영화가 스파이더맨 홈커밍이었다. 홈커밍과 그 이후에 나온 마블영화는 레이어가 굉장히 많이 쌓여있어서 그걸 들춰보는 재미가 있고 캐릭터나 설정이 평면적이지 않고 다채롭다. 그 이전까진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었다면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세계관이 완성이 됐다,고 내가 느낀 거다. 세계관을 구축하는 건 정말이지 더럽게 어렵다. 하지만 잘 되면 같은 캐릭터에 내용이라도 관객(독자)가 그 세계 자체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훨씬 높아진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시리즈다보니 계속 캐릭터의 다른 면을 계속 들춰낼 수 있다보니 거의 모든 캐릭터가 3차원적이다. 훈늉해.
-존 와츠 감독은 스파이더맨 이전엔 작은 영화만 했는데 홈커밍으로 블록버스터 입봉을 아주 잘 했다. 파프롬홈을 보니 감독에게 자신감과 비전이 있는 것 같다. 말하는 거나 태도를 보면 소심한 범생이 오타쿠같은데(거의 항상 셔츠에 가디건이나 스웨터를 입는 것도 그렇고 ㅋㅋ) 영화는 안 그렇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국에 살아본적이 없으므로 (특히 거기서 성장기를 보내지 않았으므로) 스파이더맨이 영어권, 특히 미국 청소년에게 얼마나 강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냥 감만 잡을 뿐이지 체감이 되는 건 아니다. 그쪽 리뷰를 보면 워낙 어렸을 때부터 보고 읽고 친근하게 느꼈던 캐릭터라 그런지 어지간한 오타쿠면 다 스파이더맨에 대한 나름의 의견이 있더라. 근데 스파이더맨이 고딩인 건 느무 좋은데 고딩답게 행동하는 건 싫다는 건 무엇인가. 전부 그런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젊은 평론가일 수록 스파이더맨의 틴무비 컨셉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영화 리뷰어(평론가?)는 안 그래도 리뷰를 위한 의견을 짜내는 경향이 있는데 마블 영화로 오면 이게 더 심해진다. 스파이더맨이 마블에 와서 느무 좋은데 MCU레퍼런스가 너무 많이 나와서 싫다는 사람도 많다. (이게 말이야 똥이야...)
물론 영화광에 직업이 평론가라면 똑같은 영화라도 저예산에 무명배우, 몇 안되는 스태프가 고생하며 만든 영화보다는 엄청난 예산에 유명 배우를 쓰는 영화에 더 까탈을 부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관객에겐 어떨지 몰라도 영화라고 다 똑같은 영화가 아니다. 다만 나에게 마블은 파산에게 겨우 벗어나서 여기저기 빚내서 아이언맨1을 쩔쩔매며 만든 스튜디오가 성공한 걸로 보인다. 아직은 공룡기업으로 보이진 않고 얘가 과연 어디까지 클까가 궁금한 스튜디오....이긴 하지만 이미 디즈니에 팔렸으니 예산상으론 더이상 올라갈데도 없을 것 같다. 이건 앞으로 얼마나 일정 수준 이상의 영화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변하고 있긴 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영화가 나올 때마다 이 영화가 마블 최고의 영화!이길 바라거나 그럴 걸 예상하고 보진 않는다. 그리고 그런 게 영화의 평가기준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파이더맨은 다른 스파이더맨 영화와 끊임없이 비교를 (당)한다. (디씨하고 마블하고 비교하는 것처럼. 근데 이런 비교질은 한두번은 재밌지만 계속하면 재미가 없다.)
애초에 최고의 영화가 뭐간디. 많이들 윈터솔져를 마블 최고의 영화로 꼽는데, 나에게 윈터솔져는 최고의 액션영화 중에 하나이지 최고의 마블영화는 아니다. 엔드게임도 재밌게 봤지만 감독, 특히 작가의 사심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느꼈다. (작가들이 캡아시리즈, 토르다크월드, 에이전트 카터를 쓰거나 제작에 참여했다. 캡아의 오버파워는 작가와 감독의 합작이지만 시간여행에서 가는 곳이 다 작가들이 했던 작품이다. 애초에 어벤져스 1편으로 돌아가는 건 초창기 대본엔 아예 없었다는 사실. ㅋㅋ) 인피니티워나 엔드게임을 평론할 수 없다고 한 사람도 많다. 아무리 평론가의 눈으로 보려고 해도 이미 십년간 봐온 게 있어서 다른 영화 보듯이 이 영화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생각엔 많은 영미권 평론가에게 스파이더맨도 비슷한 의미가 있는 것 같으다. 마음에 품고있는 스파이더맨이 있어서 그 스파이더맨과 뭔가 다르면 거부감이 생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으다. 만화 오덕이 제일 말이 많고 진상인 건 여기나 거기나 비슷한가벼.
-톰 홀랜드는 연기를 참 잘 한다. 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잘한다.
제이크 질렌할은 나름의 유머코드가 있는데 그게 굉장히 재밌다. 섬세하고 똑똑한데 동시에 너드인 점이 넘나 좋은 것.
-내가 제일 많이 본 마블 영화는 가디언즈오브갤럭시 1, 토르 라그나로크이다. 가오갤은 역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 구축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라그나로크는 편집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마블은 두 감독에게 놀이터와 장남감을 주고 이 안에선 얼마든지 마음대로 놀아도 된다고 했고 라그나로크 감독 카 와이티티는 배우와 스태프를 마블이 준 놀이터와 장남감을 같이 쓰며 놀아제꼈다. 가오갤은 상대적으로 제임스 건이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한 영화라면 라그나로크는 마블, 크리스 햄스워스의 비젼을 와이티티가 다듬고 꾸며서 완성한 작품이다. 라그나로크는 느무 좋아서 몇달동안 하루에 한번씩 보면서 타이카 와이티티를 마구마구 빨아댔지.
윈터솔져의 경우엔 고속도로 액션씬만 골라본다. 글고보니 시빌워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액션이 고속도로 액션씬이네.
-뭔가 더 쓰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토르 캐릭터에 대해서도 썰을 풀고 싶은데 쓸거리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뭘 쓸 수가 없다. (덕력을 폭발하게 하는 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