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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30

저스틴 팀버레이크 공연 영상을 봤는데. 무대가 겁나 좋은 것 ㄷㄷㄷㄷ 뭐여, 이건.

보면서 내내 무대 파사드가 끝내주네, 조명 봐라 ;ㅁ; 컨셉도 마음에 들고, 무대 구성도 마음에 들고, 연주도 좋고....

 

 

저 조명이랑 육각형 뭐냐고... 아이고 좋아라ㅠㅠ

하려던 일을 열어놓고는 넋이 나가서 이것만 봤네. 또 봤네... 계속 봤네... 찌밤 ㅠ

근데 공연이 넘나 좋아서 노래 들은 기억이 없네=ㅠ=? 긁적. 그냥 내 취향은 아닌 걸로 ㅋㅋㅋ

 

 

친구랑 이야기 하다 깨달았다. 내가 음악을 락음악으로 시작해서인지 (내가 좋아서 찾아서 들었던 게 70년대 영국 락음악이었음) 기본적으로 사운드가 풍부하고 무거운 걸 좋아한다. 소리가 그냥 큰 거 말고, 밀도 있는 걸 좋아함. 그리고 소품보단 대곡 위주로 좋아하더만. 재즈도 같은 곡이면 빅밴드 스타일을 더 좋아한다. 마커스 밀러도 좋아하지만, 많이 듣는 건 윈톤 마샬리스라는 겁니다요. 둘이 같은 곡을 한 적은 없지만... 그보다 마커스 밀러로 사운드가 좋고 무엇보다 연주를 무시무시하게 해서 이런데 넣으면 안됨.

 

아, 난 일본 음악을 거의 안 듣는다. 심지어 오케스트라나 클래식 지휘자도 일본풍이면 재미를 못 느낀다. 절제가 아니라 그냥 쌩 미니멀리즘이여. 그것도 곡에 맞춰서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그냥 다 그냥 그 스케일, 그 감수성. 그렇다고 중국처럼 만사 오버스케일이면 그 것도 음악으로 안 들리고 왠지 웃김. 내가 엄청난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빈에 있을 때 봤는데 그게 중국 오케였다. 워낙 대곡이긴 했지만 그걸 또 물량으로 밀어붙이니까 좀 웃기더만.

 

여튼, 내 취향은 이런데 아무래도 '전격 대중음악'은 사운드고 뭐고 다 풀풀 날라다니는 경향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챙겨 듣는 일이 없다. 곡 자체도 가볍고, 사운드도 얇고, 보컬 말할 것도 없음. 그게 나쁜 건 아닌데 아무래도 내 취향은 아니고, 요즘 이런 곡이 너무 많아서 굳이 막 옥석을 찾아 듣는 것도 귀찮다. 별로인 곡을 듣고 있을 인내심도 이젠 없다. 이건 음악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문화 콘텐츠에 대한 태도이긴 하다. 다만, 다른 콘텐츠는 그런 게 거의 없는데 음악은 특정 장르는 아예 손도 안 댄다. 그대신 전에 안 듣던 장르로 확장한 것도 있쥐. 서양 고전음악이랑 한국 고전 음악.

 

클래식을 듣다보니 알게 된 게 있다. 클래식은 굉장히 안전한 장르다. '으악, 이게 뭐야!! 되게 못해!!'라고 해도 그 못함의 기준 자체가 워낙 높다. 오케든 실내악이든 콘서트 홀 음향이 나빠봐야 그래도 전용 콘서트 홀 수준에서 나쁜 것이고, 연주를 못한다고 해도 개성이 없고 곡 해석이 별로라는 거지 아주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사람이 나오진 않거든. 물론 내가 골라 다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 바닥에서 일단 '거장'이란 칭호가 붙은 인간은 (연주할 때는) 그냥 다른 세상 인간이더라능. 그런 인간들이 이미 검증된 곡을 재해석해서 연주하는 음악이 안 좋을 수가 있겠냐고요.

대중음악에도 비슷한 게 있다. 테크닉이 좋아진 가수나 연주자가 최근에 좋은 곡이 없더라도 옛날 곡을 다시 부르는 걸 보면 원본 보다 훨 좋다. 나는 가수다도 그런 거 아니더냐. 좋은 노래 골라서 잘하는 놈들이 재해석 해서 부르는 거. 좋을 수 밖에 없당께. 나가수 이후 노래 경연 프로그램은 안 봐서 다른 건 잘 모름. 그냥 나가수나 다시 내놔라, 이 놈들아 ㅠㅠ 난 그게 좋단 말이다.

 

 

덧.

팀버레이크 공연을 보다 새삼 깨달았는데 난 브래이크 타임이 따로 있는 아닌 한 콘서트든 다른 공연이든 괜히 옷갈아 입겠다고 들락거리는 게 싫다. 사실 대중가수 콘서트나 대놓고 옷 갈아입는 시간 넣지 어디 다른 공연에서 그짓하더냐. 한프레임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확실하게 보여주고 끝나는 게 좋음. 쇼든 아니든 마찬가지다. 아주 평범하고 기본에 충실한 연주회라도 연출이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결론은 연출도 아주 마음에 드는 팀버레이크 공연이었음. 편집 된 부분도 보고잡다. 한국엔 안 오나.

 

자야하는데 일을 안해서 잠은 못 자고 졸리니까 딴짓하고. 대체 뭐하는 짓?

 

 

덧 2.

하루 지났음. 여전히 인터넷 안 끊겼고, 계속 팀버레이크 공연 보고 있음. 이것 때문에 넷플릭스도 탈퇴 못하고 있다.

팀버레이크가 막 좋아지는 건 아닌데, 공연이 정말 좋다. 원래 레이져 쑈 딱히 안 좋아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거 아주 장난 아니게 좋음 ㅋㅋㅋ 아오 ㅋㅋㅋ 얜 또 무대매너가 왤케 좋음ㅠ 듣다보니 노래도 좋은 게 많구먼.  

아, 드디에 미국에 가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그래, 미국에 가서 대중가수 공연을 허벌나게 보고 오는 거시다.

 

 

덧 3.

아직도 보고 있다. 인터넷이 빨리 끊겨야 하는데 하면서도 안 끊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에 와서 또 틀어놨음.  

심지어 이거 때문에 기분도 좋아졌다. 빼박 오덕이로구나.

공연실황은 무려 조나단 드미 감독. 크레딧 보며 세트 디자이너, 영상 디자이너, 조연출 이름까진 확인했는데 총감독이 누구여 도대체. 아놔, 답답......해봤자, 지가 알면 어쩔 건데 ㅋㅋㅋ

무대를 보면 스케일이 크긴 하지만, 무대 자체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하고도 남겠는데 저 조명은 안 될 것 같다. 조명이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종류별로 많음. 스피커 갯수는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출력이 좋은가? 직접 보고 듣고 싶다 ㅠ

 

하긴 기술적인 문제야 다르게 커버가 가능하지만 무대 세팅하는 걸 보면 인력도 장난 아니고, 마구잡이로 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고 꼼꼼하게 하는 게 보인다.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