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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77

한국 문학계는 굉장히 좁다. 좁다고 깊으면 좋겠지만, 좁고 얕다. 개인적으론 문학계만 이렇다고 보진 않고 우리나라 문화계 전반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역사가 짧으니까!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가꾸고 유지하는 일을 한 게 얼마되지 않았다. 한국의 전통문화라는 건, 한국과는 단절된 조선 문화일 뿐이다. 진짜 '한국 문화' 한국의 초창기인 일본 식민지 시기, 일제에서 독립 후엔 미국식민지 노릇을 하면서 자국문화를 만들어낼 생각을 안 했거든. 우리나라 지식인, 문화인, 정치인... 한마디로 리더라는 것들 치고 친미주의자, 친일주의자 아닌 인간 찾기 힘들다. 수업시간에 교수가 민족주의자 운운할 때 정말 대놓고 비웃으면서 '우리나라에 민족주의자가 어딨냐, 여기 앉아있는 인간은 친미주의자고 당신들이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친일주의자 아니냐'했고 내 말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내 말이 사실이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반박은 안하더구만. 


한글 창제야 600년 됐다지만, 한글 문학이 600년 된 건 아니다. 조선시대 한글문학은 서브컬쳐에 가깝기도 했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크지 못한 건 확실하지. 여튼, 그러니 나는 한국 이후의 한글문학이 현대문학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국 문학이라고 보는 게 낫지 않나(고대문학->근대문학->현대문학 요 과정이 아니라 그냥 이제 문학이란 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여튼, 나라든 문화든 인간이든 뭐든 초창기엔 이것저것 주워섬기기 마련이다. 영향을 받는다고도 하지. 우리나라 행정체계를 보면 조선시대 행정체계를 바탕에 깔고, 그 위에 식민지 때 행정체계를 차례(일본->미국)로 덧바르고, 그 다음엔 이것저것 주워섬긴 흔적이 있다. 이것저것 주워섬긴 걸 보면 스스로 우리나라에 맞는 행정체계나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그냥 어디서 갖다 쓰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한 게 티가 많이 나는데 문화이라고 뭐가 다르겠어=_=

우리나라에 표절이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이거라고 생각한다. 망한 조선에서 끌어다 쓸 순 없고 우리에게 맞는 걸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데 그걸 기다릴 인내심은 없고(그럴 시간도 없고)... 식민지에서 벗어나서 본 빛이 원자탄 맞은 일본이라는 것도 참 아이러니지. 


문화가 얕으면 좀 넓어야 하는데, 엘리트 문화의 특징이 또 더럽게 좁다는 거 아니겠음. 우리나라의 다른 문화 분야도 그렇지만 문단은 좀 많이 특이하다. 작가가 되는 것도 그렇고 문확상의 선정도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일단 특정 출판사와 신문사를 통해서만 '문학작가'가 될 수 있다. 문학작가 뿐 아니라 문학평론가도 특정 출판사나 신문사를 통해서 될 수 있다=ㅠ= 그리고 당연하게도 큰 출판사, 큰 신문사면 좋다. 각각의 출판사와 신문사는 각각의 성향과 색깔이 있다. 그러니 거기에 맞는 글을 써서 응모하게 되고, 출판사는 자기 입맛에 맞는 글을 뽑게 되는 거쥬. 엘리트 작가가 나오기는 하되,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지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요. 문학상도 마찬가지, 문학상에 맞는 글을 써서 응모를 하고, 응모작 중에서 상을 준다. 서구권의 문학상이 '그 해 나온 소설' 중에서 작품을 고르는 것과는 많이 다르지. (그쪽은 첫책=등단임. 우리나라는 등단한지 몇년이 지나도 책이 한권도 없는 작가도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등단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책을 낸 작가는 문학작가가 아니라 장르소설작가로 대접받는다.)

이번에 문지나 문동이 '한국문학과 함께 한' 그들의 자부심을 보이는 건 완죤 진심이며 사실이기도 하다. 왜냐면 그들과 몇몇 대형 출판사가 문학을 규정하고 문학을 만들어왔으며 문학을 평론했기 때문입니다요. 


그리고 나는 이 짓이 가능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책이 더럽게 안 팔리'는 것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에 '출판의 자본주의화' 어쩌구는 진짜 개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치부해도 된다. 출판엔 자본이 없어요 여러분. 제발 좀.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일년에 2권도 안 읽는다는 건 진짜라고. 그나마도 사 읽는 건지, 빌려 읽는 건지, 주워읽는 건지 어떻게 아냐고요.  

그러니 저런 엘리트 놀이를 해도 아무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지들만의 세계에 사니 평론가나 출판사는 열심히 연구할 필요가 없고, 작가는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독자는... 독자랄 게 없으니까 뭐 말할 것도 없다. 아니, 독자도 게을러 터졌음.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그래=ㅠ=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기 보다는 '그래도 되기 때문에 그러는 것 뿐'이지 딱히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특정 출판사나 신문사를 통해 등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능. 노력의 방향이 좀 다를 뿐이지 노력을 하긴 한다. 

내가 보기에 그나마 나쁜 게 있다면 그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건데, 까놓고 말해서 이 바닥은 기득권을 뺏으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럼 저 대형 출판사가 알아서 '내가 기득권을 줄게요. 받는 사람은 없겠지만 ㅋ' 하면서 그걸 내려놓길 바라야 하나? 


특정 출판사와 소속(?) 평론가와 작가를 두들겨 패는 것도 의미가 있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두개씩 터지다 보면 구조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개인이 바뀌는 계기는 될 것이다. 그러면 이 구조는 어떻게 바꿀 건데? 하면? 나도 모르겠다요. 내가 출판사를 만들어서 소설을 응모형식이 아닌 방법으로 낸다고 해도... 문학으로 인정도 못 받고 내는 족족 폭망하겠지. 캬캬캬=_= 

뭐어, 영원히 이럴 거라는 건 아니다. 그냥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거지. 그나마 변화에 속도를 내려면 책 좀 읽으면서 기다리는 수밖엔 없는 것 같다. 독후감이랍시고 책 내용 정리한 것 좀 쓰지 말고. 아니 독후감따위 안 써도 되니 책 좀 읽자. 문학 아니어도 좋다. 만화도 좋고 뭐든 종이에 프린트 된 걸로. 한국이 독해력이 떨어지는 나라인데는 이유가 있다. 



-애국심을 발현할 데라고는 술마시고 스포츠게임 볼 때인데, 그것도 현실에서 못하면 인터넷에다 휘갈기는 것 뿐이고, 그짓거리가 좀 구질구질한 건 사실이지만 여기다 대고 민족주의자 운운하면 나님은 뻘쭘해진다 진짜. 

-쓰면서 뭔가 생각난 게 있었는데, 쓰는 도중에 까먹었다. 요즘에 이런 일이 너무 많아 슬프다.

-한국 애들이 영어를 하면, 문법이나 발음은 괜찮은데 내용이 없는 놀라운 짓을 많이 하는데 그 이유가 첫째는 '그저 말을 하기 위해 말을 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그냥 그 인간이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_= 과격하다면 미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