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일없이 산다

별일없이 산다 75

나에겐 아저씨가 있어. 나의 아니무스라고 할 수 있지. 꽤나 변태같은 양성야자 아저씨야. 남자도 좋고 여자도 좋다는 식인데 특히 여자를 많이 좋아한다. 특히 강한 언니들. 흔히들 80-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여자가 엑스파일의 스컬리라든가 김혜린의 불의 검같은 작품을 좋아한다면 나름 여성주의자적 성향이 있는 건데, 나 같은 경우엔 변태 아저씨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결론을 내린 거지=_=

 

현재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여기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가 조연이나 피해자로 많이 나온다. 남자는 대부분 찐따로 나오는데 여자는 멋진 언니가 많이 나오더라고ㅠㅠ 이렇게 되면 내 속의 아저씨가 정신을 못차리고 계속 이 언니들을 보자고 한다. 그래서 내가 잠도 못자고 이러고 있는 거지. 제작자인지 감독인지 작가가 어지간이 내 안의 아저씨와 같은 취향을 가지셨어.

이 짓의 역사는 꽤 길어서, 스컬리 보려고 엑파보는 여자야 많았지만 NYPD 블루스라든가 하다못해 아빠 뭐하세요도 엄마랑 둘째 아들 때문에 봤고, 남들 다 남자들이 멋지다고 보는 슈트라든가 맷 보머 때문에 보는 화이트칼라를 오로지 사라(맷 보머 여친 역) 보려고 봤단 말이지. 많이 나오지도 않는데, 내가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보냈는지 알기나 하는가! (그러니 멋진 여자가 나오지도 않는데 어떤 드라마를 다 봤다면 그 드라마는 진짜 어지간히 재밌단 이야기.)

 

카터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외모가) 그닥 예쁘지 않은 유색인종 아줌마가 '순수함', '정의로움', '문명' 동시에 '기관'을 상징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흔히 순수함은 아룸다움과 함께 순진함 혹은 나약함이 동반되는데 카터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이 캐릭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심정적으로 친정아버지 병(내가 생각하는 '엉뚱한' 남자랑 엮인다거나 하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증상)이 도진다는 거다=_= 덧붙여 외모는 예쁘다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매력 빵빵 터짐. 난 역시 카터가 좋앙.

어쨌든 퍼스 오브 인터레스트에 언니들 말고도 나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게 몇개 있는데, 일단 시종일관 뚱한 표정인데 굉장히 억울하고 착한놈 눈빛을 쏘는 주인공이라든가, 두 아저씨가 아닌 척 하면서 되게 진한 브로맨스를 막 찍고 있는다던가, 되게 안 웃기게 웃기는 방법이라든가, 캐릭터가 되게 심각한데 그게 하나도 안 심각해보인다던가. 전반적으로 뭔가 피식 웃게 만드는 면이 있는데 그게 잘 먹혔는지 시즌 2에서는 그게 더 강해졌다. 개별 에피소드는 재미없는 것도 있지만 이야기 전체에 깔려있는 이야기는 역시 흥미로운 면이 있다. 캐릭터를 하나하나 잘 만들었다기 보다는(남자 캐릭터보단 여자 캐릭터가 더 잘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아주 좋은 편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캐릭터간 관계 형성을 더 잘해서 그 관계가 어떻게 구축되는지 보고 싶어서 보는 것도 있다고 봐야지=_= 아 괴롭다. 이 나이에 직업적 덕후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

 

어바웃타임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 하고 싶은데 이걸 멈출 수가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