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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the soul concert. 12월 21일 일요일 6시.

다른 생각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박효신이 콘서트를 한다니까. 안 좋은 일도 많았고, 보고 싶고, 응원하고 싶고, 기분 좋은 모습을 보고 싶어서 갔다. 박효신 콘서트하고는 항상 타이밍이 안 맞아서 그 목소리를 CD 말고는 들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한줄 감상 : 박효신님.


1. 기획, 구성, 진행.
간만에 기획을 한 공연이었다.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맞는 조명과 구성과 영상, 그리고 무대 효과. 아. 왜인지 눈에서 육수가...
솔직히 그런 이야기 체질적으로 닭살이 솟아서 못 보지만, 약간 뭔가가 어설프기도 했지만. 그래 뭐, 연말이고 (효신이도 보고) 아무래도 다 좋아 ;ㅁ; 공연 끝나고 기획자와 스텝들 이름 올라가는데 박수를 보내줬음 한다. 물론 그렇다고 기획이 무지막지하게 좋아서 감동의 도가니탕이라는 건 아니고, 일단 기획을 한 공연이라는 거 자체가 맘에 든다. 대형가수라고 해도 자기콘서트에 기획하고 이야기 넣는게 흔치 않다.

고음부분에서 약간 찢어지긴 하지만 안정적인 음향. 초반 넘어가면 울림도 많지 않다. 4명 음색이 달라서 이 정도면 우리나라 공연에선 신경 많이 쓴 것. 저놈의 운동장 공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안습의 공연장 현황.
카메라도 그럭저럭 좋았고, 보여주는 영상물도 취향에 맞든 안 맞든 이야기에 맞추고 신경도 많이 썼더라. 그래, 이런 걸 신경 썼다고 하는 거지. 조명은 깔끔하면서도 화려하고, 무대효과도 적재적소에 넣어서 확실히 공연을 살려줬다. 하앍. 넘 좋아. 무대감독 알랴뷰.
한두군데 빼고는 진행도 매끄러웠음.

한가지 맘에 안 들었던 것은 추웠다는 거. 뛰는 공연도 아니고 공연의 3/5은 가만히 앉아서 봐야하는데 적당히 난방을 해주는 게 좋지 않겠냐. 공연시간 길어서 일부러 물도 안 먹고 버텼는데도 추우니까 화장실 가고 싶더라. 게다가 오늘자 공연엔 쉬는 시간도 없었음. 가수가 너무 못해서 혹은 공연이 재미없어서도 아니고 이런 이유로 관객이 빠지게 하다니...개념은 국밥 말아먹었나.

중, 대형 공연을 하는데 체조경기장이 만만하긴 한데 플로어가 아니면 일어서기가 좀 그렇다. 나는 일어나면 춤을 추거나 뛰는데, 뛰면 바닥이 통채로 울렁거리니 눈치가 보여서 도저히 뛸 수가 없어. the soul concert는 격하게 노는 콘서트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신경쓰이는 건 사실. 이래서 공연은 무조건 플로어. <-꼭  뛰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공연 구성상 대부분 플로어는 무대의 일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 효과나 조명을 같이 받는 곳이라 아무래도 소속감이나 같이 즐기는 기분이 나잖아. 물론 나이들면 이거고 저거고 다 귀찮아져서(체력이 딸려서) 그냥 가만히 앉아서 보고 싶긴 하다.


2. 가수들.
흠. 난 우리나라에서 불리는 '소울창법(다른말로 소몰이창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울이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만) 통용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노래 좀 한다는 애들이 뻑하면 '워우워우워우워~'해대는 것도 좀 질리고 해서 언젠가부터는 가요계에서 말하는 '노래 잘부르는 가수'에 대해서도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썼다. 물론 박효신 빼고. 소울창법이고 뭐고 잘하니까 딴지걸 맘도 안 든다. 그리고 오늘 공연을 보면서 생각해보니 이런 나의 무관심은 완죤 박효신 때문이었다. 박효신은 내가 마지막으로 '어, 저 신인 정말 잘하네'했던 가수. 그 이후로는 신인이 눈에 들어 온 적이 없는 것이다. 신인에 대한 기준치가 무지막지하게 올라가 버려서. 물론 박효신 전후로 휘몰아친 아이돌러쉬와 음원때문에 가요계가 디질랜드 된 사연도 있고...

거미, 휘성, 정엽은 사실상 처음 보는 가수들이었다. 아, 휘성은 어제 무한도전에서 봤구먼. 어쨌든 노래를 제대로 들어 본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모르는 노래. 뭐어~ 어쨌든 요즘 아이돌 빠질로 인하야 귓구녕 수준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으컁컁) 모두 다 참 잘하시더만. 박효신은 굳이 이야기 하지 않겠음. 다른 말 할 필요없이 그냥 좋은데 뭔 말을 하겠어. 다음에 박효신 포스팅을 따로 하게 되면 그 때나.......라고는 하지만 꼭 한 마디 하고 싶은 게, 박효신은 남의 노래 부르면 그 가수한테 미안해 해야한다고 본다. 무슨 노래를 불러도 원곡 가수보다 더 잘 부르고, 그냥 자기 노래로 만들어 버리니, 이건 범죄라고 봄. 별 관심없었는데 태양 지못미...ㅠ

정엽은 특유의 목소리가 매력은 있는데, 기교를 너무 때린다. 그것도 한국인이 좀 불편해 하는 고음 기교를 너무 빵빵하게 넣어서 불편해 하는 관객이 꽤 많았다. 고음에서 그런 성량이 나오는 건 정말 대단하지만 좀 힘들어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왜 공연하면서 멍 때리는지. 휘성이랑 둘이서 이야기 하는데 흐름을 놓치기도 했다. 단독콘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개인 공연시간을 이끌어 나가는게 힘들어 보인다. 쇼맨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뭐어, 앞으로 늘겠지. 썰렁한 자뻑개그가 맘에 든다. 재밌어 ㅋㅋ

휘성... 단독콘 가고 싶어졌다. 이렇게 웃기고 귀엽다니. 개인 무대도 제일 많이 신경 쓴 것 같다. 휘성이 가지고 있는 쇼맨쉽이 아니더라도 무대 자체가 맘에 들었다. 노래 부를 때 창법이나 발성에 변화를 주는 것도 재밌다. 정엽이나 거미는 이런 면에서 좀 단조롭거든. 그리고 댄스 라인업 괜찮던데 왜 인기 못 끌었지? 춤추기도 좋던데? 이해 안 감.
그리고  넷이 똑같이 시덥잖고 웃기지도 않는 말을 해대는데, 휘성은 귀엽다. 특유의 똘끼와 천진함 때문에 그런 듯? 단독콘하면 그 때 또 보자!! 우화홧, 기여워 >.<

거미는 편~~~하시더만. 노래도 편~~~하고, 성격도 편~~~하시고. 뭘 하든 상당히 안정적이었음. 컨디션 따라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숫거미의 능력인가?!! (진짜 왜인지 잘생겨보이고 몸도 튼튼해보인다. 당근 몸매가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님.)
근데 목소리도 괄괄하고 큰편인데(기교와 성량이 우왕 굳) 가끔 답답하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조용하고 감미로운 노래 부를 때. 신나는 노래 부를 때는 괜찮은데, 감수성 때문에 그런가? 뭔가 확하고 다가오는 게 없어. 꼭 신승훈 노래 부르는 거 보는 것 같다. 노랜 진짜 잘 부르는데, 감성이 안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왜 그런지는 모르겠음.


3. 노래. 퍼포먼스.
앵콜포함 4시간 반정도 공연을 하는데 공연시간이 길다는 생각은 안 든다. 특히 휘성은 워낙 재밌게 진행을 하고, 박효신은 능수능란하다고 해야하나 별 말도 안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도 안하는데 관객 집중력 끌어올리는 재능이 있더만. 예전에 김경호가 '노래만' 불러서 자기 공연을 정말 재미없게 만들었었는데, 박효신은 노래만 불러도 관객이랑 같이 부르면서 노는 방법을 아는 듯. 하여간 재밌었다.
내 생각엔 1부 개인 공연을 거미-정엽-휘성-박효신이 아니라 정엽-거미-휘성-박효신 순으로 해서 점점 박차를 가하는게 어떤가 싶다. 정엽형님이 나오면 이상하게 사람들이 집중력 상실을 보여서;;; 특히 거미가 좀 달구나보다...싶은 순간에 정엽형님 나와서 노래 부르는데 맥이 탁 끊기는 게 있어서리. 크게 거슬릴 건 없는데, 기왕이면 하는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엔간하면 추워서 일어나서 뛰고는 싶었는데 이건 두곡 좀 달린다 싶으면 그 다음에 발라드 나와서... 앉았다 일어났다 운동하기 싫어서 앞부분 한동안은 그냥 앉아서 춤추고 노래 부르고, 그래도 혼자 잘 놀긴 했다. 난 1부엔 다 조용하게 가고 2부에선 내내 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 물론 2부 후반부는 확실히 신났음. 껄껄껄.
퍼포먼스가 매우 좋아, 잘한다기 보다는 구성 안에서 잘 다듬어져 나온 것 같다. 그냥 하는 말이라도 휘성이나 박효신이 춤 잘 춘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보고 있으면 무대가 괜찮다. 역시 감수성과 구성 문제 인 것 같음. 둘 다 춤출 때의 느낌이 좋고, 백댄서들은 보조를 확실히 해준다. 안무도 맘에 들고.

아이돌 빠질을 하다보면 가끔 골 때리는 소리를 듣는데 그 중에 하나가 '너무 잘해>.< 라이브가 CD랑 똑같아'라는 둥의 이딴 소리?
나 한마디 :  라이브는 CD보다 몇배는 더 좋아야 한다. (종합적으로다가)
라이브가 CD랑 똑같으면 뭐하러 11만원이나 내고 공연보러 가냐. 그것도 한번, 끽해야 4시간이면 끝날 걸. 만원짜리 CD 돌리면 몇날 며칠, 하루 종일이라도 들을 수 있는데? 라이브는 무조건 CD보다 좋아야 해. CD보다 못할 것 같으면 그냥 립싱크 해버리라는 게 내 평소 지론. 그게 항상 말하는 가수의 진짜 '좋은 모습' 아닌가? 뭐하러 기어코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라는 건 여기선 상관없고, 그런 의미에선 진짜 좋았다. 테레비로 라이브하는 것도 다 소용없음. 무조건 직접 가서 들어야 한다. 오늘 박효신을 박효신님이라고 부를 뻔 했다=_= 처음 듣는 박효신 라이브인데다 무반주, 코러스 없이 혼자 부를 때는 좋은 보컬의 끝을 본 것같은 느낌까지 든다. CD 다 필요없음. 이제 박효신이 공연하면 무조건 간다. (떠그럴. 백수를 움직이게 한다.) 그러니 박효신은 제발 좋은 곡 좀 받았으면 좋겠다. 보통의, 그냥 그런 노래를 가창력으로 커버하는 박효신님을 볼 때마다 촘 안구에 습기가 찬다.
휘성은 방송으로 볼 때보다 파워가 있고, 정엽은 특유의 독특한 음색이 빛을 발한다. 거기에 공연 특유의 분위기까지. 안 갈 이유가 없네.

 

결론.
하이라이트는 손에 손잡고. <-크크크
팬에게는 무지막지하게 재밌는 공연, 팬이 아니더라도 재밌게 즐기면서 놀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래 듣는 거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