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굉장히 불쾌한 버릇이 있다. 정확하게는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나쁜 버릇. 누가 말을 하는 걸 들으면서 픽픽대며 비웃는 것이다. 당연히 의식하고 하는 짓은 아닌데 그러다보니 더 고치기가 힘들다. 어렸을 때야 '말 같지도 않은 말에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것이니 꼭 고쳐야 되나 싶기도 했지만 이게 인간관계 말아먹는데 아주 끝내주는 수단이라는 건 둘째치고 일단 다른 사람 빈정상하게 해서 좋을 건 또 뭐야. 물론 그게 말 같지도 않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그러나, 어쨌든, 심술로 적어보는, 내가 요 며칠 정말 대놓고 큰소리로 비웃었던 것 탑 쓰리.
1. 패륜범죄가 많아지는 건 민주주의 때문. (박정희 시대로 돌아가자는 건지 조선시대로 돌아가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엔 패륜범죄가 없었을 거라고 믿는 깜찍한 60대.)
2. 복지가 과잉이라... (상속 재산 정리하면서 세금을 좀 내면서 빈정 좀 상한, 세금이 몽땅 복지로 간다고 생각하는 듯한 40대.)
3. 캄보디아에서 제일 좋았던 건 담배 제일 싼 것. 그리고 곰 쓸게즙을 산 곰한테 빨대 꼽고 먹어봤다. (비위도 좋은 60대.)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도 어리지만) '나이값'이라는 말이 참 싫었는데, 지금은 그게 뭔 말인지 알겠더라고.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든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거지. 근데 이게 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건데 나이값하는 게 좀 힘들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엔간하면 이 버릇도 고치고 저런 말에 반응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그 동안 너무 면역없이 살다보니, 반응이 두배 세배로 크게 나오지 뭐야=_=
그렇다는 거다. 버릇은 고쳐야지. 그러면서도 저 헛소리. 이러는 거지.
하지만 맹자님은 말씀하셨지. 임금이 임금같아야 임금대접을 해준다고.
부모가 부모같아야 부모대접을 해주는 거고, 어른이 어른답게 굴어야 어른대접을 해주는 거 아니겠냐고. 그래서 난 괜찮아. 학원 애들이 아직도 '뭐지 저 아줌만...'하고 있어도 괜찮아 ㅋㅋㅋㅋㅋㅋㅋ 도장 애들은 내가 고꾸라질 때마다 움찔움찔 놀라며 당황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네들은 속도가 빠르고 힘이 넘쳐서 넘어지면 타격도 크겠지만, 나는 느린데다가 힘이 없어서 넘어져도 그다지 아프지 않단다-라고 말해주진 않는다. 어쨌든 쪽팔린 건 쪽팔린 거니까=_=
여전히 애들 사이에서 안 돌아가는 손가락으로 피아노 치고, 안 되는 몸으로 태권도 하는 아줌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