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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8

1.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다. 태권도장도 다니고 있다. 재밌다!!! 다음 달부터는 서예하고 요리도 배운다. 하하핫.

 

2. 두 학원도 걸어서 5분 거리. 꼬꼬마들이 가득가득하다. 좀 떨어져서 꼬꼬마들을 보면 귀엽다. 반항기, 사춘기라고 할 수 있는 중딩들도 어느 순간 되게 귀여운 짓을 한다. <-거짓말을 하면 눈에 훤히 보인다는 거라든가, 괜히 뻗대는 행동,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데 저 혼자 재밌자고 숨어서 하는 장난 뭐 이런 것들. 별로 진상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어른은 더 하는데다가 피해도 주는데 애들은 안 그러니까.

 

3. 애들을 보다보면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내가 예전에 살던 곳보다는 형편이 좋지만 바로 옆 동네랑 비교해도 좀 낙후된 동네. 그래도 표정하고 눈빛이 좋은 애들이 있다. 이런 애들은 보통 태권도든 피아노든 열심히 잘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것 같기도 하고.

 

4. 길바닥을 걷다보면 애들이 욕하는 걸 쉽게 들을 수 있는데, 확실히 학원이나 도장으로 오면 욕을 덜 한다. 애들한테 어른이 필요하다. 다양한 어른이 필요하다. 주변에 어른도 별로 없는데 그 어른이 만날 잘하라고 혼내기만 하니... 인생이 얼마나 피곤하겠냐고! 그러니까 자꾸 일기장에 집 나가고 싶다, 죽어 버리고 싶다고 쓰는 거 아니냐고.

 

5. 욕이 안 들린다고 하지만 사실 애들이 뭐라는지 아예 안 들린다. 하여간 무지하게 떠드는데, 내가 피아노 치고 태권도 하는 게 재밌어서 집중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말 말이 잘 안 들린다. <-말은 들리는 데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님, 정말 안 들리는 거임. 배경음? 그래도 욕은 들린다. 욕이라는 게 다른 말이랑 소리 자체가 달라서 귀에 속속 들어오니께롱.

 

6. 피아노 학원이나 태권도장은 아무래도 어렸을 때나 하고 좀 커서 하더라도 국영수사과에 밀린다. 피아노 학원은 아예 고딩이 없다. 애들 고만 잡고 애들 하고 싶다는 것 좀 시켜라. 그러니까 애들 표정이 죽상이고, 학원 선생님이라도 붙잡고 한 마디라도 하고 싶어하는 거야. 부모한테도 잘 안하는 말을 학원 선생님한테는 종종 쉽게 말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7. 요즘 피아노 학원은~ 요즘 도장은~ 어쩌고 해도 나는 이런 동네 작은 학원 좋아하는 편이다. 일단 가까우니까 땡땡이를 안 치고, 무엇보다 양쪽 모두 이 장소에서 대략 20년 쯤 같은 일을 하고 있어서 비록 좀 뒤쳐지게 가르치더라도, 내가 뒤쳐진 학생이니까 충분하다. 선생님들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어른이라 막 혼내지를 않아. 우하하하하하핳.

그나저나 그래도 선생님들은 애들을 혼내도 쌍욕은 안하는 것 같은데 부모는 꽤 하는 모냥이다. 하긴, 나도 꽤나 듣고 살았으니 안 그럴리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_=;;

 

8. 집에서 삼십분 이상 떨어진 곳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갈 수 있는 곳엔 가기 싫다. 만사가 귀찮다.

애들은 저렇게 귀여운데 (나도 한 때는 귀여웠다! 부모님에 의하면 내 눈빛은 어렸을 때부터 맛이 가 있었지만) 다 크고 어른이 되면 이렇게 답없는 찌질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