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나는 아론 소킨을 좋아하지. 잘하거덩. 글을 잘 써. 글을 더럽게 잘 써요. 쇼셜 네트워크를 보면서 두시간 내내 =ㅁ= 이런 표정으로 있었다. 쇼셜 네트워크를 보면서 재수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ㅁ= 이러고 보고 있었다고요. 이 인간 글 쓰는 것 좀 보세요. =ㅁ=
아론 소킨은 백인에 이성애자 남자고 부자고 (이제는) 나이 많고 내가 알기로는 고집도 더럽게 쎄고 그만큼 완벽주의자에 엘리트주의자다. 진짜 엘리트주의자다. 내 말은 뼈속까지 진짜 진짜 엘리트주의자라니까? 아마 뇌를 싸고 있는 두개골에 엘리트라고 써져있고 뇌주름도 엘리트 글자 모양으로 써져있을거다. 그 고집스러움이 종교에서는 성직자, 조선시대로 치면 선비와 비슷하다. 그에게 없는 건 아마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일까 ㅋㅋ 아니 그런게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게 있으면 더 좋을 뻔 했지.
잘나면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잘난 거임. 잘 난 인간들이 인간세상(정확히는 정치 사회 경제)를 이끌게 되어 있음. 아, 멍청한 인민 새끼들 졸라 짜증나네 너네 왜 공부 안하냐. 멍청하면 착하던가 착하지 않으면 똑똑하기라도 하던가. 제일 짜증나는 건 멍청하고 비도덕적인 엘리트야. 너희 따위는 엘리트가 아님. 아 개놈새끼들 졸라 짜증나네, 이것들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릴까. 그나저나 인간들아 공부 좀 하자. 똑똑해야해. 인간답게 제대로 살려면 똑똑해야해. 그리고 똑똑하려면 공부해야한다.
대충 이런 정서가 작품에 가득가득 차있다. 나는 아론 소킨의 엘리트주의가 재수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인간이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게 좋다. 말할 것도 없이 작가로써도 매우 좋아한다. 아론 소킨 드라마 보면서 정치이야기 한다고 비아냥대는 꼴통하고는 비교도 못하게 좋아하지.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이 빌어먹을 세상이 더럽게 안 변하고 오히려 더 나빠진다고 느끼기 때문이지 뭐 때문이겠냐고. 난 이 인간이 포기하지 않는 것도 좋다고!! 근데 왜 재수없냐하면 난 엘리트가 아니기 때문이지 ㅋㅋㅋㅋㅋ 솔까 엘리트주의에 공감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출신성분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본능적으로 빈정이 상한다.
그래서 뉴스룸은.
잘나고 착하고 열정있는 인간들이 멍청한 인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는 이야깁니다요. 아니, 솔직히 멍청한 인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멍청하지 않은 5%의 인간을 걸러내기 위한 뉴스를 만드는 거지만요. 이상을 좇는 이야기니까 요즘 사람들이 좀 싫어하는 그 '낯 간지러운 분위기'가 있지요. 난 이런 것도 싫어하지 않아요. 비록 내가 그렇게 되는 일은 없지만 사람 사는데 이런 게 좀 필요하더라는 겁니다. 여행 중에 울 엄마 카톡 오는 거 보니까 허구헌날 '마음 따뜻한 이야기'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베껴 보내던데 그냥 마음따뜻하게 살지 그딴 걸 왜 복사해서 보내나 싶어서 짜증도 났지만 머리로는 안다고요. 인간들은 이런 게 필요해. 애국심? 토 나와? 그래도 필요해, 나라를 굴리려면 그딴 게 필요하다는 거죠. 애사심, 내 평생 이 감정을 이해할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애사심 필요하다는 겁니다. 누구도 자기 자신이 거지같은 나라에서 거지같이 살고 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고, 누구도 자기가 쓸모없는 직장에서 쓸모없는 짓을 하며 산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거죠. 쓸모없으면 차라리 낫지, 사회에 피해나 왕창 주면서 산다고 생각하고 싶어하겠어? 그러면 우울증 걸린다. 안 그러고 산다고 그렇게 세뇌를 하면서 사는데도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해대는 판인데 말이져.
나는 제대로 된 사회면 그런 거 없어도 인간들이 정상적으로 제대로 살수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세상에서 살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세상이 있는지 모르겠슈=ㅠ= 내가 유럽에서 일년 있으면서 깨달은 게 뭔지 아십니까? 얘들도 모른다는 겁니다요. 얘들도 몰라. 얘들도 모른다고. 우리만 모르는 게 아니라 얘들도 모르고 있는 거였어=_= 아하하하하. 그래도 얘네들은 자기네가 생각하고 자기네가 선택한 상황에서 사는 거지만 한국은 엘리트도 인민도 남들 따라하면서 살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게 다르져.
아론 소킨 이야기에 잘 들어가는 캐릭터이자 내가 완죤 사랑하는 유형의 현실에 없는 인간. 웨스트 윙의 샘 시본과 뉴스룸의 제임스 하퍼. 아론 소킨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엘리트이자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엘리트다. 이런 인간이 내 주변에 존재한다면 나도 좀 멀쩡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착각할 만큼 이상적인 엘리터 캐릭터. 웃긴 건 실제로 내 주변엔 멋진 엘리트가 많다. 내 주변엔 다른 사람보다 멋진 엘리트가 많아. 나는 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그 사람들이 노력한다는 것도 알고, 그 사람들이 전혀 안 엘리트인 나를 상대해주다 못해 나를 걱정하는 것도 알지만 세상은 여전히 이모양 이꼴이고 인터넷으로 잠깐잠깐 보는 한국은 점점 더 미쳐가고 나는 점점 더 한국에 가기 싫어지지. 그러니 그 사람들 속은 어떻겠냐능. 무엇보다 계속 그렇게 활동하려면 좀 긍정적이어야 하는데 아론 소킨은 그닥 긍정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그런 감동 코드를 자꾸 집어 넣는 건가. 동력을 그런 데서 얻어오 것 같기도 하다.
뉴스룸을 드라마로 (정확히는 대본을) 보자면 (아론소킨의 이전 작품에 비해)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진다. 캐릭터와 캐릭터의 관계, 소재, 주제, 대사, 유머도 그렇다. 상황이 맞아 떨어지는 것에 대한 설득력도 좀 떨어지지만 정말 구성력은 더럽게 좋구나. 난 구성력 좋은 글만 보면 눈에서 국물이 ㅠㅠ 아론 소킨이 방송을 자꾸 다루려고 드는 것도 이해가 간다. TV쇼에 어울릴 만큼 위기상황을 넘치게 사용할 수 있고, 대중을 상대하면서 대중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직업이자 엘리트일 수 있는 사람들을 마음껏 쓸 수 있으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요즘 이런 완성도의 드라마 보기 힘드니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여기까지가 1화 보고 쓴 거. 이제 2화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