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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없는 드라마 감상 2

1. 로맨스가 필요해

이거에요 이거. 나한테 필요했던 게 이런 거라규. 내숭에도 수준이 있는 거고 닭살짓에도 정도가 있는 거임. 나잇살이나 먹은 것들이 손잡고 키스하는 것에 벌벌 떠는 드라마를 보고 있어야 겠냐고. 빤스나 이쁜 걸 사질 말던가. 답답하다 진짜- 이러고 있다가 로맨스가 필요해 보니 숨통이 좀 트인다. 겨우 이걸 보고 야하네 어쩌네 하는 한쿡식 내숭(이라고 해야할지 청소년 수준의 성 표현이라고 해야할지 도대체 모르겠다)에는 역시 눈에서 국물이 나오지만 난 이거라도 어디냐 즐겁다 이겁니다. 아이두아이두에서 김선아가 자기 의지를 좀 더 확실하게 하지 않고 어영부영 되다만 여성주의 논리(혹은 되다만 여성주의자가 짓거리는 소리)를 자꾸 베껴써서 좀 짜증이 나던차였는데 이건 적당히 연애 판타지 채워주고, 적당히 솔직하고, 적당히 내숭부리고, 적당히 닭살짓하고, 적당히 현실적이고, 적당히 놀고 있고, 허세는 좀 많이 부리지만 뭐 어떠냐고. 어쨌든 잘 하잖아. 원래 잘하면 장땡임. 이쯤되면 옷을 입고 베드씬을 찍어도 그냥 벗고 있다고 생각하고 넘기는 착한 시청자의 센스가 생기는 고다. 난 원래 참 착한 시청자라규.

 

베드씬이랍시고 그리는 게 항상 이불 뒤집어 쓰는 거나 카메라 올리는 것이었고, 케이블로 온다고 해도 그냥 죽도록 키스만 해대는 거 아니냐고요. 그렇게 베드씬을 제대로 찍어 본 적이 없으니 우리나라에 영상에선 베드씬은 어떻게 찍어도 예쁘지가 않아=ㅠ= 느끼하거나 웃기거나 우습거나 불쌍하거나 역겹거나. 베드씬 찍기 위해 몸 만든 배우가 좀 안 되셨음. 베드씬 전이나 후는 진짜 잘 표현하는데 ㅋㅋㅋㅋㅋ 베드씬을 못 찍어서 그 전이나 후를 디테일하게 하다보니 그쪽 정서만 발달했나벼. 경험은 중요한 거져-.ㅠ 그래서 난 무성애자 이야기는 끝내주게 잘 쓸 것 같은데 연애물은 안습 그 자체. 이러니 연애물을 더 좋아하는 모냥이다.

 

내가 봤던 베스씬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L-words에서 쉐인하고 카르멘이 결혼식인가 다녀와서 야시시한 분위기 만드는 장면이다. 한창 잘 진행되고 있는데 멈추는데 내 가슴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저렇게 해야하는 거 아니냐! 섹시하고 즐겁고 재밌고 씐나고! 개척정신도 좀 갖고 말입니다.

 

나도 제대로 야하고 즐거운  꿈 좀 꿔봤으면 좋겠다. 어젯밤에 전에 없이 장편 꿈을 꿨는데 역시 전에없이 졸라 해맑고 순수하고 깜찍하고 유아적인게 아주 텔레토비 빰을 치고도 남을 꿈이었다. 저 말이죠, 어제 저 푸른 초원 위에서 동물과 우정을 나누며 열심히 일하는 농부의 꿈을 꿨습니다. ㄷㄷㄷㄷ 그 풍경이 너무 이상적이고 아름다웠지만 너무 아름다우셨는지 꿈을 꾸면서도 이게 무슨 꿈이래 하면서 깼다.

 

 

2. 각시탈.

원작을 안 봐서 잘 모르겠다. 어느 부분을 모르겠냐면...

오늘 엄마랑 같이 7회인가를 보는데, 강토가 시자에 나타나자 강토네 집에 불 지른 애들을 필두로 강토에게 돌맹이라든가 계란이라든가 야채라든가, 하여간 뭐 그런 걸 던지더라고. 울 엄마 왈 : 저 때는 먹을 거 잘 안 던졌지. 다른 건 몰라도 계란은 절대.

내 생각은 : 강토한테 뭘 던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지덜이 불 질러서 (아무리 죽어있었다고 해도) 사람이 불에 탔는데 그 집 안의 하나 남은 사람한테 떼로 모여 돌을 던져? 진짜로? 정말로? 이거 원작에서도 이렇게 나옴? 이렇게 쓰려면 거지같은 식민지 시대의 불쌍한 민초라고 하면 안되지 않소? 그냥 힘도 없고 거지같고 지가 뭘 할생각은 없으나 누가 와서 우리 구해주는 건 좋아 그것만 기다리는 좆병신으로 그려야 맞죠. 아님 사실 좆병신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너무 대놓고 그렇게 하면 욕먹을까봐 이렇게 하나? 그럼 수위 조절이 좀 이상한 거 아닌가염.

결론 : 나는 그 높이에서 (그 시대의 그 구린) 총으로 총질을 해대는데도 물을 뚫고 들어오는 총알보다, 저런 설정이 더 거슬리더라. 아니 사실 이 장면도 거슬린 게 충분히 위기 상황인데도 거기에 굳이 총알을 더하는 센스는 뭐지. 그냥은 아쉬운가. 내가 뭐 많은 거 바라나. 그냥 '적당히'만 설득력이 있으면 된다니까요?

 

강토가 강산한테 등에 붙어서 형 무슨 말 좀 해봐~ 할 때가 제일 슬펐다. 신파도 너무 심하면 감당이 안됨--;;

덧붙여 여기 나오는 남자 캐릭터는 죄다 가족 때문에 자기 자아를 찾는데 여자 캐릭터는 사랑 때문에 인생 말아먹을 타입들. 쩝.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몽땅 다 잘 보고 있다. 어쨌든 한국이 멜로 혹은 로맨틱 코메디를 필두로 한 연애 이야기를 잘 쓰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나는 또 그런 연애 이야기를 참 좋아하심. 전 연애 드라마가 참 좋아요. 내일 모레 오전까지만 이렇게 씐나게 놀다가 모레부터는 단기 집중 독어 공부 좀 해야지-라고 결심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