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 동안 쇼파에 시체처럼 누워있었더니 허리가 아프다. 공연도 안 가고 디비 자거나 멍 때리거나 드라마를 봤었지.
오늘은 필하모니 문 여는 날. 얼핏봐도 6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꾸려 손님 맞이를 한다. 입장료 없음. 11시부터 마지막 프로그램은 저녁 8시에 끝났다. 나는 11시 반쯤 들어가서 마지막까지 보다왔는데, 바쁘게 보느(듣느)라고 화장실도 잘 못가고 내내 뭔가를 보고 있었다. 넉넉잡아 한시간은 이동에 할해했다고 해도 7시간 이상 앉아있었던 거다. 그러니 내 허리가 어떻겠냐고오오오오. 아오, 죽겠네 진짜.
오늘 내가 본 프로그램
1. 듀오 아마데우스 : 하프, 바이올린 듀오.
2. 오르간 : 아그들과 오르간 알아보기 시간. 파이프까지 뽑아 보여줬다 ㅋㅋ 밑에 첼리스트 동영상에도 나오는 사라 윌리스가 여기서도 진행했음. 요 금발 모히칸 머리를 한 사람이 오르간 연주자 카메론 카펜터. 내년 오르간 공연은 다 이 사람이 하는 듯.
3. 12명의 첼리스트 : 뻔히 다 아는 레파토리인데 또 볼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난 과장님이 떼로 있는 첼리스트 단원이 다 좋거덩. 무엇보다 오늘 따라 기분 업되신 치프 과장님. 귀여우심.
요거이 광고
4. 14명의 플루이스트 : 나는 플룻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네. 첼리스트도 연주했던 핑크 팬더, 여기서도 연주. 인기곡이었네.
5. 베를리너 리브하버오케스트라 :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베를린필 에듀케이숑 프로그램 중 하나임. 다섯곡중 마지막 두곡은 래틀할배가 지휘. 뭔가... 앞에서 고생한 건 따로 있고, 마지막에 박수받는 할배-의 느낌도 있긴했으나 잘하는 걸 어쩔...=_=;;
6.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 동물의 축제~하면서 별 생각없이 봤는데 생각해보니 동물의 사육제였네. 이거 제대로 들은 거 처음인데 알만한 곡(아쿠아리움, 스완, 마지막곡) 이 많이 들어있어서 깜놀 + 즐거움. 역시 음악은 생음악이 좋아여. 나래이터도 좋았음 >.<
7. 리허설 : 마지막 공연 리허설. 공개하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겸사겸사 사람들이 들어와 있으니 맘대로 봐라~하는 분위기. 어쨌든 리허설 한번 보고 싶었는데 소원 풀었네.
8-1. 뮤직탄츠-에듀케이숑 프로그램 : 일년에 한번씩 청소년들 불러다 춤추는 프로젝트를 한다. 내가 처음 봤던 건 봄의 제전이었는데 이게 몇년째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간 올해는 카르멘. 원래 운동장에 가서 직접 보려고 했는데 시체놀이 하느라 못 갔고, 운 좋게 오늘 좀 보여줬음.
8-2. 자선 경매 : 알프레드 브렌델이 피아노를 기증, 낙찰은 부자시민, 돈은 유니세프에서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로 사용. 낙찰가는 8천유로(한화 약 천삼백만원). 필하모니 일년 회원비 천만원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든다. 천만원만 있으면 단원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밥까지 먹을 수 있당께? 공연후 리셉션이나 리허설 보는 것까진 이해가 가는데, 겨우 천만원으로 밥 먹는 서비스까지 해야한다는 게... 요즘 웹툰 작가들 보면 작가가 아니라 서비스업하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거 볼때랑 비슷한 기분? 테오피디는 그냥 직장인 같아도 괜찮은데, 독립되어있는 작가가 그러면 좀 이상한 것 같다. 게다가 이건 베를린 필이좌나... 레베루가 다르다고... 농담이 아냐. 그러고보니 나 알프레드 브렌델 보고서도 누긔? 그러고 말았네 ㅋㅋㅋ 하긴 내가 할배들 얼굴을 어떻게 다 기억하나~.~
하루 내내 필하모니에서 모금을 했는데 모금액이 대략 9천유로 정도 됐던 것 같다. 짧은 독어여... 자선경매에서 뭔소리하는지도 하나도 못 알아 들었었디여. 일년동안 뭘한겨. (폐인질, 덕질...)
8-3. 퐈이널 공연 : 이때쯤 내 허리는 이미 작살이 나있었으나 래틀 할배의 깜찍함에 뇌가 통증을 못 느끼심.
이러니 허리가 남아나나. 그래도 기분 좋았다. 베를린필에 가는 건 확실히 치료효과가 있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래. 룰루랄라 즐겁게 집에 왔더니 친구 동생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있다. 현실로 돌아오는 건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