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깨달았다.
한 다섯달쯤 전에 어떤 여자가 유출 비디오를 내 얼굴에 들이민 일이 있다. 그 순간 기분이 되게, 말할 수 없이, 정말 더 할 나위없이 더러웠는데 그때 생각으로는 얘가 나를 몇년이나 알고 지냈고 몇달은 같이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전혀 모를 뿐 아니라 내 이야기를 전혀 안 듣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런 영상을 내 얼굴에 들이미는 걸로 그 사실을 증명한 것에 화가 난(혹은 기분이 더러운) 줄 알았다.
나라는 인간을 안다면 굳이 무슨 말을 안해도 그걸 보여줄리도 없는데 그날은 내가 '나는 그런 거 안 본다' '포르노는 봐도 그런 거는 안본다'고 여러번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걸 돌려가면서 보게 만들고 나는 들여다 보질 않으니 직접 얼굴에 들이밀어주셨던 거다. 그러면서 '불쌍해서 어째. 어쩌겠어, 사랑의 행위인데...'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는데... 솔직히 정신분열 아니면 이러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덩?
뭐 여하간 이러하고 저러한 이유로 기분이 더러운 건 줄 알았지. 근데 그게 아니라 그 더러운 기분의 근원은 내가 걔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였다. 걔는 이성애자 여자고 나는 무성애자니 보통 그런 생각을 안하고, 애초에 성추행이라는 생각을 안 하지만, 그리고 그런 이유로 몇달 동안 그 등신같은 사건은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생각해본 결과... 성추행이었어. 난 성추행을 당했던 거야.
굳이 싫다는 인간한테 그따위걸 보여주는-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정말 말그대로 내 얼굴에 그걸 들이밀더라니까. 이런 건 사실 내 입장에선 추행이 아니고 폭력이다. 걔가 추한 짓을 한 건 말할 것도 없지만, 내가 당한 건 폭력이었던 거지.
여기서 제일 그지같은 건 성추행을 당한지 몇개월이나 지난 다음에야 그걸 깨닫는 것. 역사는 반복되는구먼... 나참.
아놔, 행간 왜 이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