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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월초부터 일없이 잡담

1. 글리 뿐 아니라 멘탈리스트, 빅뱅도 휴방한다. 오늘 알았다. 순간 심장이 쫄깃해졌어. 

2. 더욱더 할일이 없어졌으니 정말 운동(이래봐야 산책)과 단식에 집중해야겠네. 
근데 어제 오늘 초콜렛, 술안주용 짠과자, 땅콩을 엄청 먹었다. 물론 맥주도 마셨지.
술안주용 짠과자야 실험이였지만 초콜렛과 땅콩을 너무 좋아하는 게 문제=_= 맛있잖여. 

3. 대런 크리스를 질투하는 이유가 있다.
만약 크리스 코퍼나 코리 몬테이스가 행복한 사람이었다면 질투하지 않았을 거다. 아마 더 좋아했겠지. 나는 대런 크리스의 배경을 질투하고 있는 거다. 대런 크리스가 혼혈인 것도 좋고(가산점 있음 ㅋㅋ) 노력하는 것도 좋고 행복한 것도 좋지만 그 사람이 안정적인 배경에 좋은 부모에 화목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란 것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말이다. 
찌질하도다. 난 찌질한 인간이야. 아, 찌질해. 초콜렛이나 퍼먹는 찌질한 밤이로군.  

 4. 왜 내가 차별하는 인간이냐하면 나한테는 남 모르는 가산점 제도가 있거덩.
남자보단 여자한테, 백인보단 유색인종이나 혼혈한테, 사지 멀쩡한 인간보다 안 그런 사람한테, 부자인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한테 가산점을 준다. 물론 이것도 다 찌질이나 멍청이들한테나 포함되는 내용이고, 그 인간의 뇌가 멀쩡하면 배경 상관없이 좋아한다. 최악은 남자에 백인에 부자에 나이 많고 사지도 멀쩡한데 멍청일 경우. 백치는 귀엽기나 하지. 솔직히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인종차별 안하고, 성차별 안하고, 약자 차별 안하고, 소비적이지 않고 뭐 그런 정도인데 그것도 못해? 하긴 그것도 못하니까 멍청이지. 

5. 흔히들 달을 가르켰는데 손가락을 본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는 친구가 말을 갖고 있어서 한번 쫓아가서 타본적이 있다. 타보니 재밌기도 했고, 말은 멋진 생물이잖아. 갔다와서 룸메한테 '말타봤어. 좋았어. 말 멋져 >.<' 이러고 있는데 '네 친구는 말도 있고 차도 있고 그 애 부모님은 부자구나'이러는 거야. 나도 알아. 나도 부자여야 말 있는 거 안다고. 너랑 내가 가난에 찌든 가정에서 태어나서 구질구질하게 청소년기를 보낸 건 나도 안타깝게 생각해. 하지만 우리 둘다 나이가 들만큼 들었으니까 이젠 그건 좀 잊자고. 나는 내가 말을 좋아하지만 말을 못 갖는 거에 대한 것보다 오늘 말을 만져보고 말을 타보고 안아봤던 게 좋았단 말이다. 
근데 남 말할 것도 못된다. 내가 대런 크리스를 질투하는 마음도 그거랑 좀 비슷하다. 물론 그 사람이 행복하게 된데는 그런 배경이 자양분이 된 건 분명하고 그걸 부러워하는 거지만 서른이 넘었는데 남의 배경을 부러워하고 있는 짓은 웃기는 짓이고 이미 뛰어 넘었어야 하는 거라는 거지. 달을 못 보고 손가락만 보며 내 손가락 빠는 꼴이다. 게다가 내 손가락은 맛도 없어. 짜기만 하지.

6.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다. 대런 크리스는 그 나이에 갖기 힘든 똘레랑스를 갖고 있지만 부자들 특유의 똘레랑스(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개념적 접근, 안정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그거랑 비슷한 입장)를 갖고 있다. 이런 부분은 나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알고 있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감정적인 공감대 형성이 안 되니 미묘한 감정이 일어나는 거지.  

7.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개념적 접근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기도 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되는 대로 이빨만 까는 인간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내가 짱 사랑하는 아론 소킨도 전형적인 미쿡, 백인, 남자, 이성애자, 먹물이다. 게다가 엘리트주의자야. 그래서 아론 소킨은 미쿡, 백인, 남자, 이성애자, 먹물, 엘리트 주의에 대해서만 쓴다. 한 마디로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해서만 쓴다. 그러니까 잘 쓰잖아=_= 아론 소킨이 헛발질 할 때는 자기가 모르는 부분, 개념적으로만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다. 아론 소킨이 쓴 극에서 유색인종이나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가끔 남부끄럽다.  그래도 잘해서 좋지만... 아론 소킨은 내가 단연 사랑하는 글쟁이임. 
어쨌든 그런 이유로 작가 친구들한테 '네가 관심있고 네가 아는 이야기만 해라'라고 하는데, 왜 들어먹지 않고 자꾸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부분에 손을 대는지 모르겠다. 그냥 심플하게 그지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 그걸 비평으로 풀어내려니 내 인생이 자꾸 피곤해진다고. 네가 (나름)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나름) 좋은 대학 나와서 작가가 된 건 친구로서 기분 좋고 축하할 일이고 구질구질한 인생들에 대해 관심 가져주는 것도 좋지만, 그닥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관심으로 작품을 만들어봐야 좋은 게 안 나온다고. 물론 마음에서 우러나온다고 생각하겠지만... 생각해 봐, 자본하고 권력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눈이 밑으로 가겠어? 당연히 위로 쏠리지. 차라리 그 딜레마를 써라. 저기에 관심 둬야 할 것 같은데 자꾸 위로만 눈이 가는 그 마음을 쓰라고. 

8.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상상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도 싶다. 무성애자인 내가 이렇게 연애물을 좋아하고 심지어 거기에 공감도 하는데, 이성애자가 동성애에 공감을 못하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이상하게 동성애자는 또 이성애 연애물을 거의 다 이해하고. 하긴 원래 소수(약자)는 다수(강자)를 더 잘 이해하는 법이다. 유색인종 문제나 경제적으로 봐도 그렇고. 
나는 먹물도 아니고 엘리트주의자도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이 죄다 먹물이라 먹물들을 잘 이해한다. 내 주변 먹물들은 나를 먹물로 봐야할지 무식쟁이로 봐야할지 잘 몰라서 그냥 먹물은 아닌데 나름 똑똑한 애 정도로 포지셔닝을 한다. 나를 어디다 놔야 할지를 모르는 거야. (최근엔 나를 진보로 봐야할지 극좌파로 봐야할지 민족주의자로 봐야할지를 헛갈려하려는 찰나에 내가 외쿡에 나왔지.) 하긴 한국문화는 사람을 어떤 그룹안에 넣어서 사고하지 한 개인으로 보는 훈련이 안 되어 있으니까 이해는 한다. 외쿡에서 만난 친구도 대부분 '너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은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어떻게 포지셔닝해야할지 혼란스러워 하지는 않거덩. 이게 다 초등학교 때 주입식 교육을 해서야. (음?) 
나도 좀 신기한 게 나는 정말 완벽한 개인주의자다. 여기와서 유럽 애들보고 '얘네 개인주의 짱이네'이러면서도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람처럼 유럽식 개인주의적 사고를 한다는 거다. 민족적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 개인주의자라니... 포지셔닝이 잘 안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네. 

9. 아, 김연아 얼굴도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김연아는 성장이랑 겹쳐서 더 한 것 같기도 한데, 얼굴 뿐 아니라 피겨 자체도 자신감에 의해 많이 빛을 봤다고 본다. 자신감 그 하나 뿐인데 얼굴과 피겨가 더 아름다워졌다. 대단함. 멋져. 

잡생각 작렬하네.  이게 다 무도하고 글리하고 빅뱅이론하고 멘탈리스트를 못 봐서다. 
그래도 혼자 떠들면 울화는 안 치밀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