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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쉰떡밥

진중권이 한국 테레비에서는 만날 눈물이 줄줄 흐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동의한다. 우리나라는 드라마 뿐 아니라 음악, 문학, 음악까지 뭔가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감정을 풀어낸다. 요즘은 이쪽으로 가다못해 이젠 '쿨'하고자 굉장히 애쓰는데 그것도 굉장히 감상적이다 못해 우습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긴 이런 작품(혹은 행동)은 그냥 못 만든 거니까 제낌.  

나는 평소에 이 감성-감정적이라는 말을 특별히 나쁘게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매체는 전반적이고 감정적이고 그리고 그걸 잘한다. 잘하면 오케. 계속 그쪽으로 파! 뭐 이런 쪽. 사실 나는 매사가 이렇지. 근데 내 친구(작가)는 이걸 엄청난 욕으로 들은 모양이더라고. 언젠가부터 '서양권도 굉장히 느끼한 감성'을 갖고 있다거나 한국 문학을 소개시켜주며 '이건 그렇게까지 감성적이지 않다'는 걸 어필하는 게 아닌가.
진중권도 이 감정적인 게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는 모양이다. 게다가 감성적인 문화의 토양이 문자 문화라니. 유럽은 500년, 한국은 50년이라는 문자사용에 대한 괴상한 기준은 도대체 뭐며(문자의 대중화로 보려면 양쪽다 산업사회 이후로 보는 게 맞고,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좀 늦긴 해도 열배이상 차이는 아니지 않나), 물론 이 전제를 깔고 간다고 해도 그럼 근래까지 아예 문자가 없던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이라든가 캐나다의 퍼스트네이션들은 기냥 감정에 빠져살게. 그리고 나는 문자가 사람을 이성적으로 사고하게 만드는가하는 것도 부정적이다.

감성적인 게 좋은 거냐 나쁜 거냐하는 것도 일단 논외로 하려고 하... 하긴 논외로 할 것도 없이 이건 말을 하나마나한 주제 아닌가.  
게다가 진중권의 경우엔 감정적 -> 선동에 약함 이렇게 논리가 흐른다. 감정적인 사람은 이성적이지 못하고 그래서 선동에 약하다는 말인데 일단 감정적인 것과 이성적인 거를 이렇게 대립시키는 이유 자체를 모르겠슈. 그리고 선동에 설득되는 건 감정이 아니라 이성 아닌가? 그리고 이성하고 논리도 오류를 범하는 걸 생각하면 더욱이 이성이란 걸 치켜세울 이유가 없어보인다. 무엇보다 인간은 원래 선동에 약하다. 인간은 원래 센 편에 서려고 하고, 인간은 원래 구려. 이게 좋다는 게 아니라 그냥 실제로 그렇다는 거다. 그래서 선동에 약하지 않고 무작정 강한 놈한테만 붙어먹지 않게 교육을 하는 건데 사실 교육이란 게 강한 놈한테 붙어 먹는 법을 가르치고 있으니 뭐 제대로 될리가 있겠소. 이런 현대 교육에 대해선 확실히 유럽쪽이 나은 것 같긴 하다. <-사실 여기에도 의문이 드는 게 유럽의 개인주의는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를 훨씬 뛰어넘더라고. 그니까 강한놈 약한놈, 잘난놈 못난놈 이전에 그저 개인이 있을 뿐. 믿을 거 하나 없음, 나만 믿음. 근데 가족은 중요한 것 같음. 그래도 내가 제일 중요하니까 가족도 내가 꼴리면 조까. 근데 마음 줄데가 없으니 연애에 목숨검. 여기서도 사랑보다 내가 더 중요함. 이게 끊임없이 돌고 돈다. 개인주의에도 한계가 오고 있는 거지. 당장 사람들이 개인주의를 커버하는 사회시스템에도 한계가 있다고 (은연 중에) 느끼고 있는 걸.

포인트를 좀 바꿔서,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외쿡 사람들이 더 이성적인가. 흠, 근데 이게 이런 식으로 논의가 가능한가?
한국 vs 다른 동양 문화권으로 하던가, 진중권의 경우엔 한국하고 (독일을 필두로 하는) 유럽문화권하고 비교를 했는데 그럼 한국이 포함된 한자-유교 문화권과 유럽 중에서도 그리스-로마 문화권하고 묶어야 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리고 감정과 이성을 어떻게 분출시키는가는 비교할 수는 있고, 그 사회가 어디까지 그 감정적 분출을 수용하는가에 대해서는 논의 할 수 있고 이쪽이 맞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더 감정적이거나 이성적이고, 다시 여기에 대고 이성적인 게 훨 낫지 (혹은 감정적인 게 훨 낫지)라고 하는 건, 그 감정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이거 참 감성적 아닌가염. 그렇잖유. 어떤 문화를 단정짓는 것도 그리고 그 문화를 어떤 한면만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것도 하면 안 되는 거다. 못할 건 없지만(하는 놈들 많기도 하고) 말하는 내용이 다 틀릴테니 최소한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하는 학자가 할 일은 아니라는 거다. 

아니면, 정말 이성 대 감성으로 하려면 한국인(이나 동양문화권)이 유럽문화에 비해 우뇌가 발달이 됐다거나? 이건 여자 vs 남자로는 많이 나왔던 것 같긴 하다. 이것도 좌뇌 우뇌가 어느쪽이 더 발달했냐보다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의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오더만.
애초에 감성 VS 이성은 졸라 쉰 떡밥이지만, 진중권 형아가 이 이야기를 한지도 오래되기도 했지만 나는 요즘 시간이 남아돌고 뇌에 공간도 남아도니까. 이제 글리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