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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커플 지지자

이몸이 커플 지지자다. 난 커플이 좋아. 어떤 커플이든 지들이 서로 좋다면 좋다. 물론 서로 좋다고 해도 좀 구역질 나는 커플이 있기도 하지만;;; 연애 뿐 아니라 파트너쉽에 대한 판타지도 있고, 하여간 인간들이 덩어리로 '잘' 다니는 걸 좀 좋아한다.
연애해라 얘들아, 즐겁게 시시덕거리고 쪽쪽거리라고. 옆에서 별것도 아닌 걸로 좋아죽겠다는 걸 보면 괜히 행복이 전염되는 것 같단 말이지. 보기도 좋고 내 기분도 좋아져. 그래서 연애물도 좋아한다. 내가 우리 결혼했어요를 퍽 재밌게 본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네가?' '네가?'라며 두세번씩 반복하며 웃겨 죽는데... 내가 연애를 안 하고 아주 조금 시니컬한다고 해서 연애물을 안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니라능.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커플이 아마 스컬리-멀더 커플일 거다. 물론 파트너쉽의 의미로 좋아했지. 이 둘이 연애관계로 맺어지는 걸 알고 내 분노가 온 얼굴로 다 뻗어나와서 한 이틀은 잠도 안 왔다. 뭐 덕질을 그렇게 진지하게 했나 싶기도 하지만 내가 중딩 때부터 엑스파일을 봤는데, 파트너쉽에 대한 판타지를 키워준 게 다름아닌 엑스파일이었다. 이 커플은 내 판타지를 키워놓고선 다시 깨부순거라고...=_=
엑스파일 초반에 보면 두 사람이 잠복수사를 하는데 스컬리가 심심할테니 먹을 걸 가져왔다면서 뭐를 주섬주섬 챙기는데 멀더가 '이럴 때 맥주를 마시면 친구, 와인을 마시면 연인이 되죠' 뭐 이런 비슷한 말을 한다. 그리고 스컬리가 꺼낸 건 맥주였다.
정줄 놓고 좋아했던 커플 중에 최고는 탐나는도다에서 대상군-귀양다리. 난 이 드라마를 이 둘 보려고 봤고, 제일 좋아하는 장면도 이 둘이 나오는 씬이다. 웨스트윙의 리오-바틀렛, 리오-마가렛, 토비-샘, 다나-조쉬... ER의 피터-카터. 특히 ER의 맨토-맨티 관계는 특히 더 좋다. 어째 죄다 연애 커플이 아니라 이상적인 파트너쉽을 보여주는 커플 뿐이네;; 
하긴 어떤 캐릭터를 많이 좋아하다보면 그 캐릭터가 누구랑 연애를 하든 마음에 안 드는 엄마 마음이 되어버리는데, 대표적으로다가 ER의 캐롤 헤서웨이가 닥터 더그랑 사귀는 게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더그도 좋은 캐릭터라 좋아했을텐데 우리 캐롤언니의 연애상대로는 택도 없다고 느꼈걸랑. 반면 아일랜드의 강국-에로천사 커플은 좋아했는데, 정확히는 커플이 좋았다기 보다는 그냥 캐릭터가 따로따로 좋은데 붙어 있으니까 그것도 괜춘한 정도.

요즘 미쳐있는 건 커트-블레인 커플. 클레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애들인데, 좋은 커플의 모델이다 싶을 정도로 이상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우리 커트는 이상적인 아버지도 있고, 이상적인 애인도 있고, 이상적으로 연애도 하는구나. 크헝. 내가 또 이런 건전, 건강한 거 좀 좋아하거덩. 얘네 둘이 방에서 수다 떠는 장면이 내가 좋아하는 로맨틱한 장면 탑쓰리 안에 들어간다. (그런 것도 있냐 ㅋㅋㅋ)
커트 : 내가 지루해?
블레인 : 장난해? 네가 오하이오에서 제일 매력적이야.
커트 : 내 말은 성적으로 말이야. 우리 굉장히 보수적으로 사귀고 있잖아.
블레인 : 난 네가 그걸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커트 : 그건 맞는데, 그래도 가끔 서로 옷을 다 찢어버리고 해버리고 싶진 않냐고.
블레인 : 있지. 하지만 그래서 자위가 있는 거 아니겠어?
커트 : 방이 좀 덥다. 창문 좀 열까?
블레인 : 이봐, 나 진지해. 우린 어리고(젊고), 고등학생이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언제가 됐든 네가 편안하게 느끼는 게 더 중요해. 그래야 나도 마음이 놓이지. 게다가 네 옷을 다 벗기는 건 좀 어려워.
커트 : 옷을 껴입어서?
블레인 : 옷을 껴입어서. (그리고 뽀뽀.)
...대사 다 외웠어 ㅠ 영어로도 외웠어 ㅠ 장면도 다 외웠어 ㅠ 그냥 외워졌어 ㅠ 이런 대사를 고딩한테 주다니 ㅠ
로맨틱하면서 느끼하지도 않고 촌스럽지도 않고 흐뭇하기까지. 이 커플은 이 에피소드에서 첫경험도 하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정도 이상 로맨틱한 장면이 나오면 좀 짜게 식는데 얘네는 그런 거 없이 계속 로맨틱하면서도 흐뭇해. 좋아. 굉장히 좋아. 사실 글리 커플은 전부 어떤 의미로든 굉장히 귀엽다. 너무 오버를 해서 구역질 날 것 같은 레이첼-핀 커플도 하도 자주 싸우고 헤어지니까 정말 고삐리 커플 같아서 좋다.
내가 커피프린스를 다 보고 나서 모니터 밑에 설탕 쌓인 거 봐라-하면서도 정작 로맨틱한 장면을 기억을 못하는데 그게 아마 '자면 결혼해야 하는거 아닌가'하는 괴상망측한 대사가 있기도 하고(저 위에 대사를 보라고! 뭐냐고 이 촌스런 대사는=_=), 공유-윤은혜 커플보다 찌질이 커플이 더 좋았고, 무엇보다 공유역에 감정이입을 해서 윤은혜역은 저 씸ㄴ이ㅓ ㅜ햄쟏 ㅏ머 뇬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다. 

좋아하는 커플은 아니지만 굉장히 로맨틱하다고 느꼈던 또 다른 장면이 ER에서 캐롤하고 더그가 같이 출근하고 라커 앞에서 하는 이야기. 이야기라기 보다는 웃음-분위기에 가까운데... 캐롤이 굉장한 긴 뽀글머리인데 모자를 썼을 땐 전혀 그렇게 안 보인다. 라커 앞에서 모자를 벗고 머리를 훌훌 터니까 뽀글뽀글 머리가 확 풀려나오는 걸 보고 더그가 '흐흐흥'하면서 웃는다.
캐롤 : 왜?
더그 : 그 머리카락이 어떻게 모자에 다 들어가나 싶어서.
캐롤 : 흐흐흥.
아, 둘이 실실대면서 웃는 장면이 얼마나 좋은지 몇초 되지도 않는 장면을 몇번이나 돌려봤다. 하긴 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에서는 아예 대사도 없는 장면을 좋아한다. 셀린느랑 제시가 서로를 마주보지 않고, 상대가 다른데를 볼 때 쳐다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 ㅋㅋ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너는 어느별에서 왔니에서 김래원이 정려원한테 노래를 불러주는 이벤트를 해주고 마지막에 '사랑한다 복실아'해서 분위기를 와장창 깨고 나와서 도로를 걸으면서 데이트를 계속하는데, 정려원이 거기서 그 이름을 부르면 어떡하냐고 면박을 준다. 김래원은 니가 해달래서 한거잖아. 내가 얼마나 쪽팔렸는데...하면서 입이 댓발 나오니까 정려원이 그제서야 '감독님은 어떻게 그렇게 목소리까지 좋아요?'하면서 띄워주니까 김래원이 '으허허허'하면서 웃는다.

음, 난 이런 게 좋다. 거하게 이벤트하는 장면이나 되도 않는 말을 해댄다거나 뭐 주고 받는 장면보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데 둘이 비실대고 웃고 있는 장면이 좋아. 싸가지없는 재벌 아들 하지만 내 여자에겐 친절하지... 뭐 이딴 것도 되도 않아 싫다. 생각해보면 나는 좀 거지 커플을 좋아하기도 한다. 돈이 없어서 뭘 주고 받을 수도 없는 거지.
스스로 연애를 못하니까 연애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연애 방식은 내 식(?)으로 하는 게 좋다. 그러면서 판타지를 더 키우나?


덧.
짱. 혼자 있으니까 기분 좋다. 너무 좋은 나머지 좀 흥분한 상태.
하긴 이런 게 인간관계의 이상을 보여주는 커플 좋아한다니 그것도 좀 웃긴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