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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지젤

비엔나 오페라 극장에서 지젤을 보았쥐.
초특급 찌질이 지젤. 스토리라인은 따라갈 것도 없다.
1막 : 지젤이 사랑에 빠져서 닐리리 했는데 알고보니 그 사랑은 약혼녀가 있는 남좌. 지젤은 미쳐서(!) 죽어버린다(!!).
2막: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사과하러 지젤의 무덤 앞에 온 남자는 처녀귀신과 함께 밤새 춤추다 지쳐(!) 죽어야(!!) 했지만, 죽어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지젤의 도움으로 산다능. 그르나, 지젤없는 삶은 외로울 뿐...
뭐, 이런 낭만적인(하지만 낯뜨거운) 이야기되겠슈미다. 매우 18세기 사랑같네여? 

지젤을 본 이유는 딱 하나! 2막의 처녀귀신들의 떼춤!
나는 그것을 위해 일주일 식량비(...)인 21유로를 냈지. 정작 보고 싶었던 공연은 좌석이 없어서 스탠딩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이건 각 5유로 이하. 으하하하하-_- 일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공연은 서서 보고 싶지 않았지만, 안 보는 것보단 낫겠지.
쨌든! 지젤 클레식 버젼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내가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었고, 사실 전반적으로 무지하게 단촐한데다 완죤 먼데서 보니 댄서의 표현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 잘 보긴 잘 보았으나 이 버전으로 두번 볼 생각은 안 들었다. 무대도 단촐하고, 의상도 단촐하고, 결정적으로다가 무대연출이 꽤나 단촐했다. 난 사실 다른 건 몰라도 처녀귀신들의 떼춤은 연출도 드라마틱해야한다고 생각했걸랑. 하긴 떼춤의 강열함이라는 게 있으니까 좋은 좌석에서 보면 다를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무 위에서 봤기 때문에 ㅋ

하지만 무지하게 좋지는 않았어-였을 뿐 나름 재밌게 잘 봤다.
그러고보니 외쿡에서 공연 본 게 처음-은 아니지만, 그 때는 실내악단의 작은 콘서트였고, 이번엔 발레라 그런가 뻑하면 박수가 쏟아져 나오는데 지젤이라 그런건지 아님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춤이 끝난 뒤에 박수가 나와야 하는데 갈피를 못 잡아ㅋㅋ 아, 귀여워 ㅋㅋㅋ
하지만, 처녀귀신의 떼춤 장면에서 플래시 터트리면서 사진찍는 것들은 싫었음=_= 대빵 짜증났어요. 거 찍어도 잘 안 본다는 거 알아요. 찍어봐야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뭣하러 무식을 드러내냐능. 사실... 극에 집중을 못하면 그렇게 사진을 찍어댄다=_=;;
한마디로, 사진을 찍어서 무식하다는 게 아니라, 기껏 돈내고 공연보러 와서 집중도 못하고 산만하게 구는게 무식하다는 거지. 집중 못하는 사람들이 옆사람이랑 떠들고, 집중 못하는 사람들이 목구멍 청소하는 것처럼 ㅋㅋ

그나저나 오페라 하우스. 좋드만.
음향 설계 진짜. 내가 가본 데 중에서 제일 좋은 것 같다. 정말 좋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