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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너희가 염병을 아느냐

엔간하면 더이상 말을 안하고 관심도 안 가지려고 했는데, 김영희 PD가 하차됐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눈이 뒤집혀 버렸다.
인터넷 한다는 것들의 진상짓이 거의 전염병 수준이다. 니들은 참 진저리가 나.

나는 가수다는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출연 가수의 수준에, 그들이 서바이벌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일단 난 여기서부터 웃겼다. 이른바 '우리는 수준있는 음악 감상자라면서도 아이돌을 가수로 봐주고 대우해준다'는 텐아시아를 필두로 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엄청 왈왈댔는데, 만약 아이돌이 노래 경연을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그렇게 말이 많았을깝쇼. (실제로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은 많다. 서바이벌 형식은 아니지만.) 니들도 아이돌을 가수로 안 봐주는(혹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는, 그러나 그 상품성에는 매료되는) 부류가 아니냐고.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아이돌 빠질을 하니까. 근데 나는 음악을 '제대로 듣는' 파는 아니거든. 도대체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두번째 방송 하고 난다음에도 말이 많았다.
연출 못한다고.
정신없다고.
예술인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특히 예능인들이 정신사납게 타블렛을 두들겨 대는 둥. 감상의 자세가 안되있다는 둥. 매니저 할 자세가 안되어있다는 둥. 니들이 예술인을 러브러브하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일하는 예능인들을 까댈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지. 예능에서 음악드는 걸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들이 결정하는 거 아닌가. 그게 설령 촌스럽다고 해도 그거에 대해 니들이 자세운운할 위치가 아니라는 거다.)
이건 음악 프로금도 아니고 예능도 아냐~ 등등.

솔직히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이전의 두배로 뛰었고 그만큼 이슈가 됐는데 잘나신 네티즌 분들은 거기에 있어서 이 프로그램 자체가 기획이 된것에 대해 혹은 출연가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혹은 생각으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이빨까기를 해댔다.
내가 이 프로그램에 좋은 소리를 들은 것은 대부분 정말 일반 시청자-특히 중장년층이다. 나도 이 중장년층이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좀 물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만날 연출 편집 운운하는 니들(텐아시아 포함)보다 이분들이 훨씬 프로그램을 잘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세번째 방송이 나갔다.
솔직히 인터넷 안하고 테레비만 봤다면 본방 때 '어엉?'하고 말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면서 남의 인격 깍아내리는 놀이하고 남의 능력 얘기를 해대면서 인터넷에서 파도타기를 하기 전에 한시간만 혼자 생각을 했더라면, 아니면 요즘 프로그램 바로바로 올라오잖아? 한번만 더 '침착하게' 봤더라면 그렇게까지 화낼만한 일이 아니란 거를 알았을 거다.
근데 '인터넷'게시판에서 분노는 밤을 새고 다음날 아침으로 그대로 이어졌고, '네티즌님'이 찌라시 매체라고 부르는 인터넷 신문부터 '대중문화 평론'하신다는 텐아시아까지 아주 신나게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텐아시아니는 화요일에 '니가 PD냐'는 제목으로 나는 가수다에 대한 비난 글을 강명석이 썼다. (나는 지금 이순간 강명석이 혼자서 좀 쪽팔려 할 거라고 본다. 아니면?)
지랄의 흔적도 비교적 다채롭다. 그날 밤부터 월요일까지는 이소라와 김건모를 자기한테 해꼬지라도 한듯이 물어제끼더니 화요일이 되니 좀 소강상태가 되면서 (집 안에서 혼자 뻘쭘한 인간 몇명은 있었을거라고 본다. 그게 아니면 니들은 진짜 답이 없어) 월요일 화요일에 꽃피던 음모론(리얼이 아니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등)을 지나 제작진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3회 밖에 안 된 프로그램에 망조가 들렸다느니, 폐지 결정이 난 것도 아닌데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느니. 아주 돗자리 깔으셔도 되겠어. 그리고 김영희PD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적 서바이벌'이라는 단어를 써서 더 그랬다. 근데 여기에 한국적 민주주의를 갖다 붙이며 까대는 니들도 대단히 꼴값라는 것을 알아야 해. 여하간에 제작진을 한 3일을 두들겨 패니 마봉춘님께서 결단을 내리셨다. 메인 PD를 짤라버렸...
아, 네...
그리고 신나게 까대던 사람들의 절반은 그 충격으로 분노에서 민망해하며 벗어나고 있고, 나머지 반은 지가 떠든 말이 있으니 '짤리는게 당연하지' 모션을 취하고 있다.
아, 네...


즈는 말이죠, 이 프로그램을 이야기 하면서 원리 원칙 운운하면서 떠들어대는 것도 좀 웃긴다고 생각하지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연공서열이나 특혜에 진저리를 내기 때문에 예능에서까지 그걸 보기가 싫어서 분노한다는 댓글은 진짜 웃기지도 않았지 말입니다. 니들은 도대체 한쿡에서 어떻게 사나여? 한쿡에서 학교는 어떻게 다니고, 한쿡에서 직장생활은 어떻게 하나여? 즈는 니들이 테레비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그렇게 분노를 했으면 좋겠네여. 그럼 한쿡 존나 살기 좋을 거에여. 안 그래여?
아니, 그보다 저게 특혜 운운할 문제였나여? 니들이 그렇게 방송의 생리를 잘 아나여? 단지 선배 때문이 아니라 7위 발표를 했을 때 가수들의 '뭐야 이건'하는 표정을 읽지 못하는 인간들이 어떻게 방송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렇게 잘 아나여? 눈 앞에 훤희 보여주는 것도 못 보는데 그 뒤가 훤히 보이신다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정의감 넘치는 인간들이 왜 그렇게 인신공격을 해대는데, 강명석 너는 하루생각해서 기껏 생각해낸 게 예술인 욕이 아니라 제작자 욕이냐? 그걸 '대중문화평론'이랍시고 써놔? 그러는 너는 대중문화평론가냐? 니들이 다른 사람 인신공격하면 니들은 안 받을 것 같냐? 왜 생각하는 게 다 똑바르고 똑바르게 살아서? 그러지 좀 마라 진짜.
도대체 나오는 비난 중에 쓸만한 것도 없고, 실제로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었다. 그래놓고 신나게 욕하다가 마봉춘이 PD 짤라버리니까 이제 하는 말이 '요즘 마봉춘 진짜 이상하네' 이 지랄하고 있는거지. 니들이 더 이상하거든=_=

그래, 아주 속이 씨원~하시겠습니다?
대표로 PD 짤라버리는 방송국이나, 신나게 까대더니 그 결과로 프로그램 기획한 사람 짤라버리며 너희의 의견을 방송국이 존중을 해줬으니. 그리고 니들한테 좋은 모습을 안 보여줬다는 이유로 존나 까대던 출연 가수들을 아주 개뻘쭘하게 만들었네. 음악 좀 고귀하게 들으시는 것 같더니 기분이 좀 어때? 이런 분들은 댓글 좀 요망.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라는 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쉴틈없이 쓸데없는 말을 쏟아내는 입을 다물면 그때부터 생각을 하기 시작할 거라고. 제발 좀 잠깐이라도 생각 좀 하고 말하고 행동해라. 엉? 왜들 그러냐.


덧.
일주일만 기다려서 4회를 보면 김건모 이소라에 대해 까던 놈들 쪽팔려질텐데~하는 생각을 했었다. 거의 장담을 했었다.
나는 이 일(일련의 과정이나 패턴)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진짜 허탈하고 어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