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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나는 백수다

그냥 나는 가수래니까=_= 괜히 따라해보기.
이 프로그램은 광고 할 때부터 '어머 저건 봐야해!' 였는데 그건 좋아하는 가수가 나와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저렇게 노출이 덜 되는 가수들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과 노래하는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바이벌은 아무래도 상관없고=ㅠ=
결론 : 아주 재밌음.
긴장감 준답시고 같은 장면 반복해서 편집하는 건 여전히 짜증나지만. 무한도전은 그런게 많지 않다보니 예능의 이런 편집이 적응이 안된다. 아니 좀 안 했으면 좋겠다=_= 사람들은 진짜 그런 편집에 긴장감을 느끼는 건가.  모르겠음.
음악 중간에 이야기 하는 것도 난 괜춘함. 어차피 음악 들으려고 보는 프로그램은 아니기 때문에.

누가 노래를 잘하네 못하네 하면서 등급 매기는 건 초딩들이나 하는 짓인건 확실하지만, 나는 내가 빠질하는 아이돌님들 노래 못한다고 항당 욕했다. 테크닉도 없고 그 주제에 연습도 안하고 아무리 얼굴 파먹고 산다지만 좀 심한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정도였는데 (지금은 대략 초월 상태) 솔직히 다른 무엇보다 제일 문제있다고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게 감수성이었다. 애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감성이 없어. 대부분의 아이돌이 그렇게 노래를 부른다. 무슨 노래를 부르던 똑같은 감성으로 똑같이 표현을 하는데 좀 무섭다. 표정도 비슷...
어려서 경험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고, 나이든 원조 아이돌의 경우는 보통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다보니 아예 감수성 교류가 안된다고나 할까요. 그들이 느끼는 아픔이나 고통, 기쁨은 보통 사람이 느끼는 것과 다른데다가 걔들이 또 특유의 겉멋이 심하잖여. 보통 가수가 갖고 있는 자존심과 관련된 겉멋이 아니라 그냥 쌩겉멋. 흔히들 중딩 고딩들이 부리는 것멋이 안 떨어질 때가 많고.

<-여기까지가 저번주에 써놨던 것. 오늘 나는 가수다 보고.

그러니까, 기교나 고음을 잘 지르는 거나 혹은 기타등등 그런 테크닉이 아니다. 연주도 마찬가지 정확한 연주가 아님 둥. 그럼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자가 뽑은 일뜽 지휘자가 됐을리가 없잔슈. 뭔소린지 알겠냐?
이소라는 원래 첫음 잘 틀리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음악 좀 들으신다고 어깨에 힘 좀 넣는 사람도 그거 모르는 사람 많이 봤다. 나참, 오늘 방송 보고 김건모가 노래 못 불렀다는 사람은 도대체 뭥미. 아, 그렇게 음악을 잘 들으셔서 윤도현 편곡 이상하다고 욕하면서 김건모가 단지 '선배'라서 재도전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는 거냐. 더 웃긴 건 '이 프로그램이 음악에 대한 모욕이네' 어쩌네 했던 그 사람들이 '떨어졌으면 나가야지!'하고 있다는 거다. 재밌는 사고구조다=_= 아, 혹시 '냉철한 시청자'라서 그러신가. 이거는 이거고 저거는 저거시라 이거지? ㅋㅋ 그 펄펄 뛰는 인간들 중에 윤도현 공연 중에 연주가 틀렸다는 걸 눈치챈 인간은 또 얼마나 될지. 
그러니까 강화가서 혼자 테레비 볼 때가 좋았다. 테레비를 보면서 혹은 끝나자마자 자기가 무슨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내장에서 올라오는 말을 그냥 막 짖어대는데 그꼴을 안봐도 되니까. 인터넷 게시판은 이제 진짜 더이상 안다니게 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이 프로그램이 마음에 든다.
제일 큰 이유는 7명의 가수 중에 3명을 몰랐던 우리 엄마가 (그나마도 잘 아는 가수는 김건모 뿐)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른 가수를 알게되고, 다른 곡을 알게 된다는 게 좋다. 더블에스오공일은 아는데 김범수를 모르면 안되지 않나여? 아니, 김범수 유명하지 않아? (옛날 고리짝 일이지만 그룹이었던) 정엽을 모르는 것 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어떻게 (귀염둥이) 김범수를 모른다는거야=_=;; 심지어 우리 엄마는 저 방송 방청객이 되고 싶다고 하신다. 뭐, 나는 귀찮으니까 관두라고 했지만, 그런 사람들이 프로그램의 방청객이 되는 것도 좋다. 무대 뒷모습도 보이고, 공연 준비하는 모습은 음악 매니아도 좀처럼 못 보는 모습이걸랑. 뭐 꼭 볼 필요도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무대'라는 개념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지는데는 도움을 줄거라고 본다.

뭐 어쨌든. 이 프로그램이 서바이벌 형식을 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 사람이 세바퀴에 나오지 않는 가수를 알게 되는 건 좋다. 기획사가 만들고 무슨 소리를 들어도 방끗방끗 웃는 예쁜 애들이 아니라, 자기 집앞에서 쳐맞아도 '괜찮습니다'해야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자기가 못 받아들이는 거에 대해서는 싫다고 뻗대기도 하는 어디서든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오는 건 무조건 좋다고 본다. 그 사람들의 감정, 생각이 드러나는 것도 좋아. 난 그래서 오늘 이소라가 버럭한게 아주 좋았다. 

그러고보니 이 방송에서 보이는 김건모의 태도도 좋았다. 20년차 가수라고 뻐기지 않고, 적당히 여유롭고 잘난 모습도 보이면서 항상 먼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후배 가수들을 압박하지 않았으니까. 근데 이것도 못 보고 그냥 잘난척 한다고 하는 애들은 눈이 뒷통수에 달린건지 발바닥에 달린건지 아님 나이가 어린건지 모르겠당께롱.
이소라도 마찬가지. 아니 감정기복 심하다고 아예 대놓고 나가는데 (본인이 이제 그런거에 거침이 없는데) 왜 자기들이 덜덜 떨어? 이소라는 이제 '우울해도 괜찮다. 원래 우울하기도 한거야'하는 경지가 됐는데 되려 이소라 이미지 운운하면서 징징대는 꼬라지 하고는. 도대체 이소라 이미지를 누가 망치고 있는 건지. 의외로 보통 사람들은 '예술가라 그런가봥'하면서 별 생각없이 넘어가고 있다능.

실상 다음주에 방송이 시작되는 거라고 봐야겠네. 3번째 방송(공연 녹화 2번)에 포맷을 뜯어고쳤으니...
게다가 2명씩 7팀이 따로따로 움직이니 진짜 산만하네잉. 그것도 대기실도 따로라 더 정신없다. 편집이 저렇게 되는 이유는 제반사항을 요렇게 만들어놔서 그런 것도 있다. 뭐. 알아서들 하겠지. 사실 별 관심이 없음. 난 이 프로그램이 그냥 방송이 되는 거에 의의를 두는 것 같다 ㅋㅋ


덧.
근데 나도 립스틱 바르는 순간 안 될거라는 생각은 했다. 퍼포먼스도 곡 안에 들어가는 거잖아? 가수들이야 노래 따로 퍼포먼스 따로겠지만 '무대'를 통채로 느끼는 청중에게는 그걸 나누는 게 쉽지 않습니다요. 내가 영상을 편집따로 음악따로 대본따로 기획따로 보는 걸 이해 못하는 덕후도 많습니다요. 그게 덕후와 프로패셔널의 차이일지도 모르지.

아? 짜증이 좀 났다고 잘난척 쩌는데? ㅋㅋㅋ 사실 그냥 시청자 입장에서 그 따위거 신경안쓰고 보는게 제일이지. 내가 웃긴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볼 줄 모르면서 입만 벌리면 편집 등등에 대해 말한다는 거임.

따라하는 재미없는 예고.
금난새 마에스트로가 인천시향에 왔고, 어제 그 공연을 봤는데 그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