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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뒷다마

1. 낵아 아는 분이 도서관에서 일을 한다.

2. 낵아 아는 선생님이 그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셨다.

3.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이 강의 좋다며 추천을 하셨다.

4. 그래서 강의를 들었다. 두개나 들었다=_=;;

5. 두 강의 다 인문학 강의. 문제는 일반강좌라 수강자 수준이... 수준이... 수준이이이이ㅣ.....

6. 그리고 수강자 중에 진상 한 마리가 있다.
수업 중에 질문도 되게 많이 하는데, 질문을 들어보면 수준을 알잖아. 나님은 질문을 들으면서도 부꾸러울 정도였다.

7. 두 개의 강좌 중 하나가 어제 끝났다.
다른 강좌에 비해 남자 노인이 많았던 이 강좌. 또 한잔 해야할 거 아녀. 그런데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도 알고 강사도 알던 나는 노인네들 틈에 앉아 하릴없이 밥을 우적우적 먹고 있어야헸지. 게다가 그 진상이 술 나오면 술 따르라고 내 앞에 놔두는 센스도 있으시잖아? 근데 내가 따를리가 없잖아? 이따위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는 나한테 네 놈이 따라도 모자를 판이라고요=_=

문제는 이 강사분이 강의가 끝나고 나서 역사학자와 약속이 있었다. 원래는 강사가 수업 끝나고 바로 갈 예정이었는데 노인네들에게 붙들려서 진상의 주도하에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으면 어쩌냐고. 나님은 그 역사학자도 알걸랑. 그래서 구석에 짜부러져 있다가 강사와 함께 일어나자고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재촉을 하는데도 이 진상이 눈치가 없으셔. 거기다가 선생님이 여기서 일찍 파해야 하니까 미안해서 다른 술자리에 오셔도 된다고 하니까 머리도 나쁜게 진짜 눈치도 없으니 진상이라고 거길 따라가는 거다.
문제는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라 소맥을 돌려 마셔서 강사도 진상도 취해있는 상태였다는 거. 그 두 인간만 보낼 수 없어서 2차도 따라갔다. 입은 댓발이 나와서 씨바씨바하면서 따라갔는데 택시 안에서 '자기가 진상 떨면 자제시켜 달라'는 진상남이시여. 뭐 하다 나이와 결혼 여부가 나와서 나님이 그냥 솔직하게 (난 이런거에 민감하지도 않으니 쿨하게) 나이와 결혼여부를 밝혔더니만 이 진상새끼가 한다는 말이- '학력 좋고 전문직 여자들은 결혼 못하더라고요. 따지는 게 많아서.' 그러면서 자기는 돈이 없어서 '따지는 거 많은' 여자들한테 차였다고 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게 네놈의 위장에 편하시겠지.

결국 2차에 따라간 그놈은 눈치없이 설치다 역사학자의 성질을 건드리고 말았고 역사학자님은 쌍판 모르는 사람에게 화를 낼 수 없으니 알아서 눈치 보고 빠지라는 뜻으로 강사분께 큰소리를 쳤는데, 이 진상이 더 진상을 부리는고다. 아... 신이시여. 나님은 정말 괴로웠다.
진짜 머리통을 까고 싶은 걸 참았당께. 그런데 선생이 화를 안내는데 내가 화를 낼 수가 없잖아? 게다가 강사 선생님이 나한테 미안하다고 고개까지 숙이는데 거기서 내가 성질 부려봐야 좋을 거 없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얼마전에 화를 내봤더니 그닥 시원하지도 않고 해서 참았슈. 

8. 나에게 술취해서 진상부린 인간이 내가 캐나다에서 홀딱 반했던 바보놈 이후로 두 번째인데, 첫 번째 인간은 술취해서 막무가내로 '즈 갈께요~' 이러길레 내가 '존말로 할 때 안 오는 게 좋을 걸' 이랬는데 결국 오셨어. 그래서 내가 '난 술취한 사람하고 말 안한다'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그 인간이 술이 깰때까지 말을 안했다. 민망하셨는지 순식간에 깨더군=_= 그리고 너무하다며 찡찡대기는... 그 뒤로 나님이 남자새끼들한테 하는 말이 있는데, '봐주면 아주 끝도 모르고 기어오르고, 지랄하면 징징댄다'고. 울 아부지는 그런 나를 보며 '넌 연애는 글러먹었다'고 평을 하셨음. 

9. 아, 재밌는 게 있다. 저 진상놈이 두 개의 강좌에 다 들어온다. 그리고 양쪽 강좌에서 그렇게 헛소리로 질문을 해대는데 강사의 반응이 다르다. 한쿡 인문학 강사 분은 아무래도 무조건 참고 참고 참으며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고, 서양 철학 강사는 최대한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지만 짜증을 숨기진 않는다. 이게...재밌당께 ㅋㅋ

10. 오늘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께도 사과를 받았긔... 그 분이 나를 거기에 박아놓은 거였걸랑. 하긴 내가 도서관 직원인줄 아는 수강자가 많기는 했다.  

덧.
애비로드 라이브를 보고 있다. 짧은 인터뷰지만 존 메이어 참 괜춘하다.
만날 음악만 듣다가 이렇게 인터뷰 조금씩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뻐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