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일없이 산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서예를 시작했다.
오늘 하루 6시간 동안 九成宮 세 글자만 썼는데도 아직도 아리까리하다.
힘들다=_= 글자 안에서 간격 맞추는 것도, 해서체로 글씨를 쓰는 것도, 그냥 글씨 자체를 이쁘게 쓰는 것도 힘들다.
진작에 시작했어야 했는데... 가르쳐주는 사람이 3개월만 할 수 있어서, 3개월간 빡쎄게 해서 해서는 어느정도 쓰고 싶은데 잘 될 지 모르겠다. 매일 빠지지 않고 하루에 5시간 씩은 써야 할 것 같은데 이게 가능하냐고--;;
남이 쓴 글씨 보고 잘 쓰네 못 쓰네 할 게 아니었다. 나의 글씨를 본 나는 앍 마이 아이즈 마이 아이즈 하며 괴로워했다.
아아... 무지하게 피곤해.

나에게 서예를 가르쳐 주는 사람은 19살, 어렸을 때 부터 서예를 했다고 한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제일 어리다. 그리고 참 다르다. 아니 기본적으로 내가 아는 25세 이하 애들은 전부 좀 다르긴 달라.
'전 외쿡인이 이상형이에요'라는 말을 한다거나, '만화는 저급해 보여서 안봐요'라거나. 무려 인문학 공부하고 싶어 애가 이런 말을 해서 나를 오들오들 떨게 만들지. 그래도 같이 떠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 19살이니까. 내가 19살 때 심하면 심하지 덜하진 않았지.' 물론 다른 방법으로 심했지만--;; 근데 확실히 저렇게 밑도 끝도 없이 외쿡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참 묘해... 나도 있긴 했지만 나는 외쿡에 대한 환상이라기 보다는 여기서 사라지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이었기 때문에.

탐나는도다를 다시 봤다. 귀양다리여 ㅠㅠㅠㅠ 대상군 ㅠㅠㅠㅠㅠㅠ 그냥 이 둘이랑 살고 싶다 ㅠㅠㅠㅠ
초, 중, 고등학교를 외쿡에서 다녀서 우리나라 역사란 그냥 주워들은 거 말고는 깜깜한 친구하고 탐도, 성스의 배경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친구가 묻기를 '왜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 하면 신나잖아요. 님도 정조 이야기 하면 신나세요?'
"그럼요. 신납니다. 더블에스오공일 이야기 할 때보다 백배는 신날 걸요.'하면서 별의 별 소리를 다하다가 조선시대 브로맨스를 들려줬더니 매우 좋아하며, '귀양다리와 여림으로 브로맨스 한편만-'하는 부탁을 받았다. 조선시대 브로맨스 작렬하긴 하지. 이건 뭐, 뻑하면 사랑고백. 알흠다운 시대였다. (음?)

책을 동네 보육원으로 치우고, 또 남는 건(쌓이는 건) 야오이로세. 그래서 집에 있는 야오이 만화책을 그 말많고 탈많은 BL라운지(구 BL도서관)에 주려고 문의를 했다. 그랬더니 우리 대단히 반대를 받고 있는 건 아시나요-라며 상황을 설명해준다. 안다오. 내가 그 이야기 하다가 싸움까지 날 뻔 했다오. 게다가 일단 본좌가 반대입장이오. 근데 뭐 그렇다고 남이 하는 거 망해버리라고 저주할 생각은 젼혀없고, 나는 반대하지만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또 하는 거지. 무엇보다 난 아카이브라는 의미로는 야오이 도서관 환영이요. 길이길이 남겨서 후대에 이 시대 녀성들이 뭘 보고 놀았는지 말해주오.

.... 에효.
공부나 하자.
글도 써야 하는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