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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오옷 짜증~

1. 선거 다음 날에 평소 연락도 잘 안하던 혈연상 친척이 메신져로 말을 걸였쪄. 이번 선거에 대해 '내 의견'을 묻더군. 난 어제 잠도 못자고 폭식을 해서인지 괴상하게 기분이 업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친절하게 대답을 해줬지. (진짜 나답지 않았다. 난 요즘 정말 착해지는 것 같아. 아님, 그냥 머리를 안 쓰고 반사적으로 행동하던가.)

내가 이해가 안가는 건, 뭘 알고 싶으면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런말 저런말 주워섬기지 말고 직접 책을 펴들고 공부를 하고, 그 두개골 속에 있는 걸 직접 사용하라는 거지. 게다가 정치-사회는 물론이고 한쿡 근현대사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의견이랍시고 되는대로 떠들지 말란 말이야. 여성주의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그냥 나오는대로 떠들었던 스스로 마초 아닌 보통 남자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처럼 짜증을 불러일으키니까. 뻑하면 5공이네 뭐네 하는 것도 웃겨. 인터넷 하는 애들 중에 몇명이나 5공을 겪어봤고, 실제로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서 뻑하면 5공이래. 그리고, 진보나 개혁이 집권하면 뭔가 대번에 엄청나게 변할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제발 현실 좀 보세요.' 게다가 뭔가 대번에 엄청나게 많이 변한다는 건 좋은 게 아닌데, 도대체 왜웨왜 그런 환상을 갖고 사는 거야=_= 왜 오바마가 의료보험 개혁했다고 사람들이 춤이라도 추던가. 걔네들이 그걸 몸에 느낄 정도로 바뀌었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 같아? 특히 의료보험 제도는 아프기 전에는 뭐가 좋은 건지 모른다고. 대부분의 복지는 아프기 전에, 늙기 전에, 무언가 당하기 전에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못 느낀다. 인간들은 더 좋아지는 것에 대한 것은 체감을 못한다. 더 나빠지는 것에 대해서만 아주 조금 체감을 할 뿐. 조금 나빠지는 건 아예 알지도 못하잖아 ㅋ


2. 울 어무니 친구분께서 놀러오셨어요.
나에게 은근히 물어보셔. '인터넷에서 젊은 사람보고 투표하라고 독려하고 그랬다면서? 그래서 <과잉>투표가 되었다고.'
으헝헝. 으헝헝. 으헝헝헝. 으하하하하하. 그래서 내가 대답하길 '제 주변엔 원래 투표 잘 하는 애들 뿐인에요. 기본이죠'
난 못하겠다. 듣고 싶어하는 말 해주는 거, 못하겠다고. 이건 뭐, 내 셩격이 안 좋아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나는 누가 나한테 내가 아는 걸 가르쳐 달란다고 으쓱으쓱하면서 가르치는 타입이 아니라, 씨발, 그런 걸 왜 나한테 물어. 난 고졸이니까 나보다 가방끈 긴 니가 직접해-라는 마음이 있어요. 언젠가는 '선진국의 백인'과 결혼한 친척언니를 보며, 친척들이 나에게 '너도 (뻑하면 외쿡으로 싸돌아다니니,) (부자)외쿡 (백인)사람이랑 결혼해'라고 하길레 내가 '으헝, 인종비율을 맞추기 위해 전 흑인이랑 할게요.'라고 했쥐. 아...그 순간의 상콤한 정적. 참 좋죠잉.
나는 이런 상황을 지금도 꽤 즐기는 편이다. 그 편견에 가득찬 예쁜 입이 콱 틀어막히는 그 순간. 그게 친척이든 선생이든 누구든. 
보통 스스로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혹은 있어도 조심한다는 자칭 PC한 사람도 무의식중에 여러가지 편견을 뱉어내고, 불행히도(?) 나는 그런 편견에 걸리게 많은 인간이다. 그리고 그런데서 절대 참지도 않는게 또 나라는 거지. 
덧붙여, 민주주의 사회에서 과잉투표를 말하는 울 어머니 친구분이나 유색인종 주제에 유색인종 차별하는 우리 외가쪽이나 성격으로 보면 나보다 훠얼씬 좋다=ㅠ= 근데 그 성격 좋은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데 왜 때때로 속이 뒤집어 지는지 몰...르긴 뭘 몰라. 알아서 문제다.


3. 내년 3월에 친구들이랑 월드베스트쏘게이시티인 시드니에 가기로 했다. (마디그라스 축제에 맞춰서. 마디그라스는 월드베스트쏘핫앤쿨블링블링게이축제. 만약 게이축제 하나만 볼 수 있다면 이걸 보는 게 좋다. 뻑적지근하시댐.)
내년이면 내가 뉴질랜드 다녀온지 10년(...) 되는 해. 오세아니아로 가서 씐나게 놀아줘야지. 회사다니는 친구들은 시드니에서 같이 놀고 한쿡 보내 놓고, 본좌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돌아 봐야지. 그리고 삼사분기 쯤에 유럽으로 고고하겠음. 투표 열심히 한 자, 떠나라 ㅋㅋㅋ 만에 하나 한쿡서 안 살아도 선거 때마다 투표하러 꼭 오겠음. 아주 어쩌다 한번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권리 던져 주면서 과잉이네 어쩌네 아주 꼴값을 떨어요. 난 그런 말 들으면 오기로라도 내 빈곤한 밥그릇을 챙겨먹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근데 게이축제나 여성주의영화제-이런 걸 한다고 하면, 꼭 이런 걸 물어보는 애가 있대. 왜 헤테로 축제는 없을까. 왜 남성주의영화제는 없을까. 다른 애들은 자주 만난다던데, 사실 난 이런 소리 하는 사람 딱 한번 만나봤다. 한 3년 전에 첨봤는데, 너무 놀라서 마구 웃어버렸지. 그리고 그날 내 패미뇬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 나 이런 사람 봤어! 첨봤어! 놀랐어! 존재하는 줄 몰랐어! 이너넷에만 있는 줄 알았지!! 라고. 그러고 보니 한번은 직장상사 면전에 대고 '네이버 댓글에서나 보던 말을 직접 듣네요. 신기하네'라고 한 적도 있구나. 내 친구는 되게 즐거워하던데... 난 성격이 나쁜 게 아니라, 그냥 주둥이 프라블럼이 있는 걸지도.


4. 긍께,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우리 파업 그만하자'며 직원들을 다독인 사람을 자르면 어쩌냐는거지. 도대체 그 어깨 위에 얹고 다니는 건 무늬인가!!! 써, 쓰라고, 굴리란 말이야! 이 뇌라는 게 말이지 보통은 자동으로 작동을 하는데, 안 그런 사람도 있나벼. 이것도 나름 신기하당께.
앗, 말하고나니 이건 나한테도 해당되는 것 같다. 
제일 문제는 일 때문에 덕후질 할 시간이 없다. 내가 징징대는 이유는, 덕후질을 못해서일 거야=ㅠ=
(라고 말하지만, 근 두달간 드라마를 500편은 본 것 같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