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일단 내뱉고 보는 ... 결국 일기.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 동안 사실상 내내 죽어라고 머릿속에 넣어주기만 한거다.
게다가 네팔 다녀와서는 탄력을 받아설랑 일주일에 두권씩 꾸준히 먹어치우듯이 책을 읽지 않나, 최근엔 편수로 치면 500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상물을 봐댔으니...머릿속이 정리가 안되고 혼돈 그 자체. 글을 쓰면 영 이상한 게 나온다. 네팔에서도 뭔가 팍팍 넣어오기만 하고...
게다가 좀 꺼내보려고 일을 하는데, 요즘 하는 일이 영화제 출품작 보기 + 교정교열이라서 이건 사실상 아웃풋이 아니라 인풋이다. (교정교열에 따라다니는 것은 자료조사=ㅁ= 자료조사에 재미붙여서 정작 교정교열 일이 늦춰지고 있다;;; )
제일 문제는 인풋이 제대로 안 된다. 책을 읽어도, 이야길 들어도, TV를 봐도. 그래도 혼자 보고 읽는 부분에서는 크게 에러난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사람들하고 이야기 할 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말을 한다던지-이를테면 나는 왼쪽이라고 말했는데 말로는 오른쪽이라고 하는 것-,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도, 내용 자체를 못 알아듣는다거나 이해를 못한다는 게 아니라 저쪽은 왼쪽이라고 말했는데 내가 오른쪽으로 알아듣는 식이다. 사소하지만 겪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신경쓰이고 예민해진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엔 내 대뇌의 작동이 멈추는 것에 대한 공포도 있어서 더욱--;;; <-재미도 감동도 그냥 그런데 단지 내 이런 공포+콤플렉스를 확실하게 건들인 '알제논에게 꽃을'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주인공이 마침표 찍는 걸 까먹어서 글에서 마침표가 사라진 것이 눈에 보일 때의 공포란. 정말 너무 괴롭고 무섭고 공감이 갔다.
예전에 건축공부를 잠깐 할 때, 그 학생들이 무척 신기했던게 인풋을 전혀 안해주는데 아웃풋만 죽어라고 연습하는 게 괴상했었다. 아니, 넣어주질 않는데, 어떻게 나와. 소설도 안 읽어, 만화도 안 봐, 영화도 안 봐, 테레비도 안 봐, 여행도 안 다녀, 신문도 안보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고, 노는 거라고는 학교 애들이랑 술먹고 노는 거고, 교수들이 보라는 영화나 찔끔찔끔 보고, 당연히 책도 안 읽고, 공부도 안하고. 레포트나 늘려 쓰고. 근데 교수도 레포트 늘려 쓰는 거 좋아하데=ㅁ= 내용도 없는 걸 늘려 써서 뭐하지=_=;;; 이해가 안가.
어쨌든. 내 경우엔 많이 넣어줘야 좋은 게 좀 나온다. 그러니 내가 영화보고 책보고 놀러 다니는 건 사실상 어떤 면에서는 생존을 위해서 인거지. 많이 많이 넣어줘야, 일도 빨리 처리하고, 생각도 빨라지고, 아이디어도 많아지고, 재치도 생긴다.
지금 나에게 온 현상은 말하자면 하드가 너무 꽉 차서 되려 운용능력이 떨어지는 건데...운용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가 없으니 하드를 덜어내는 수 밖에 없다. 근데 어떻게=ㅁ=? 글을 쓰면 이상한 게 나와서 짜증만 폭발하고, 웹진인지 뭐시긴지 만들기로 해놓고는 지지부진하니 나까지 떨어져나가기 직전이고, 뭐를 만들자니 만들 시간이 없어. 게다가 요즘 정줄을 놓고 다니는 것도 큰 문제. 으헝헝으헝헝으헝헝헝.
정줄하니 내가 심리학에 관심이 좀 있는데, 요즘 심리학은 뇌의학과 유전자연구를 같이 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90%는 타고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 정확히는 타고나는 것50% + 만들어지는 것 50%라고 하는데, 만들어지는 것도 태중+유아기일 때 많은 부분 형성이 된다고 주장하는 쪽이다. 그리고 나도 이쪽으로 좀 쏠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과 그동안 인문,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립하고 있다. 사회과학쪽의 이유는 인간의 몇몇 악한 본성이 만약 타고 난다고 하면 '내가 원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타고난 거야'라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집행에 영향을 주고 있지. 사실상 사이코패스도 병이다. 뇌의 특정부분의 기능이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 발견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게 원래 그렇게 타고났던 아니던 범죄는 범죄고, 아닌 건 아닌거지. 사이코패스라고 다 사람 죽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정신이 나가서 총질 해대는 건 미쿡같은 총기 소유가 무지하게 자유로운 나라에서나 가능한 거라는 거지.
사람은 당연히 본성이라는 게 있지만,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른 행동방식을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과 있을 때와 친구와 있을 때의 행동이 다르고, 공공장소에서와 개인적인 장소에서의 행동이 다르다. 똑같은 마초라도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 환경에 따라 생각은 하더라도 티를 못내는 환경이라는 게 있다는 거다. 명품에 환장했어도 고사인쿤트에 가면 허접한 난로를 끌어안고 감사해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리고 요즘 한국 사회는, 사회적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해야할지 사람들이 미쳤다고 해야할지 그냥 정체모를 것에 환장을 했다고 해야할지. 하여간 다들 제 정신이 아니다. 특히 나보다 낮은 계급이면 무조건 함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행동들이 많이 보인다. 이 낮은 계급엔 사회적 계급, 경제적 계급, 학력 계급, 성별-나이 계급을 다 포함. 물론 스스로 나는 다른 사람보다 올바르다고 믿는 그런 괴상한 도덕적 계급의식도. 그중에서도 최고는 경제적 계급과 그에 반동해서 도덕적 계급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긴 하지만. 정신들 좀 차려...
그리고 나는 왜, 본성과 사회성을 두고 싸우는지 진짜 이해가 안가여. 저쪽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공부하면, 이쪽은 마음은 어떻게 발현하는가를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저쪽의 이론을 베이스로 둔다고 해도 저쪽은 과학적 증거가 있는데 어쩔거냐고. 왜 한 밥그릇 두고 싸우는지 모르겠다. 밥그릇 자체가 다르다니까!!! 이와 관련 된 이야기를 하면서 제일 짜증이 났던 건 웃기게도 여성주의 관련이다. 저 '사회과학부류' 중 일부가 여성주의다. 그리고 왜인지는 알수없지만, 다른 사회과학보다 여성주의는 좀 더 그런 타겟이 잘 된다. 보편적 '사회과학'이나 '교육학자'가 아니라 꼭 '여성주의'를 찝어서 쟤네는 본성을 안 믿는데 그게 아니거덩~ 이러는데 이건 나도 좀 (많이) 재수없다고 생각해. 근데 이에 대해 '여성주의가 다 그런 건 아니야' 신공을 펴는 건....도대체 여성주의에 정체성이란 게 있긴 있는거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더라고. 뭐 뻑하면 여성주의는 다양성이 어쩌고 여성을 바탕으로 어쩌고, 그래서 하고자 하는 게 뭐냐고. 게다가 그런 비판에 대해 '그자는 여성주의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안하고 일부 여성주의의 논리를 마치 전체 여성주의인양 비판한다'고 하면, 애초에 저들이 비판하는 부분이 '그 부분'이라면 뭣하러 여성주의 전체를 공부하냐고. 여성주의자도 여성주의 전체를 공부 못하는데 도대체 무슨 헛소리냐는 거다.
짜증이 두배로 증폭하는 이유는 그거다. 토론에서 오세훈이 빤빤한 얼굴로 헛소리를 해대면 비웃거나 그냥 테레비를 꺼버리지만, 그래도 내가 적을 두고 있거나 공감하거나 동조하는 곳에서는 조금만이라도 괴상한 소리를 하면 지랄을 해대고 싶다고나 할까. 알아. 난 삐뚤어졌어=_= 전형적으로 더 잘하라고 지랄하는 타입. 나도 이런 내가 싫다. 하여간, 여성주의. 아...복잡한 관계여...
아... 또 뭔가 많지만 이건 아웃풋이 아니라 그냥 한탄이니 그만해야겠다--;;
닥터후 이야기는 아예 따로 포스팅 해야징.
별일없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