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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one and only

1. one and only.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은 마이클 잭슨의 캐릭터 그 자체는 물론이고 음악도 한 글자로 정의하기가 무척 어렵다.
마이클 잭슨이 쉽게 사람들의 타겟이 되었던 것은 그가 다른 사람과 많이 달랐던 것도 있지만 그냥 달랐던 것도 아니고, 파악하기 힘들게 달랐던 점도 있었다. 사람은 어떠한 사물이나 사건,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파악하고 단정지으려고 하는 면이 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게 생각하고 대하기가 더 쉽다. 근데 마이클은 이런 점에서 쉽지가 않았다. 그는 흑인이면서 백인같고, 남자같고 여자같고, 어른 같으며 동시에 아이같고, 섹시하면서도 순수해보이고, 무대 밑에서는 왜소한데 무대 위로 올라가면 거인으로 보이며, 분명히 잘생긴 얼굴이 아닌데도 아름답다. 그래서 마이클 잭슨의 루머도 대부분 상반되는 루머-무성애자 vs 소아성변태 같은 루머-가 많았던 것이다. 으음... 내가 들었던 루머 중에 제일 웃겼던 것은 마이클 잭슨과 자넷 잭슨이 한 사람이라는 루머였지만=_= 차라리 외계인이라고 해, 이거뚜라. 자넷 잭슨은 무슨 죄야.

마이클 잭슨의 파괴력은 그의 이상할 정도로 높은 대중성에 있다. 미쿡싫어병에 걸린 중동의 보통 사람들도, 아프리카에 TV 없는 사람들도, 히말라야에 산골자기에 있는 사람들도 마이클 잭슨을 '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춤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반응한다.
마이클 잭슨 음악의 특징? 사운드의 완벽함, 안 될 것 같던 조합-흑인음악과 백인음악, 새로운 기술, 색다른 리듬, 새로운 소리...새로운 음악이나 춤으로 이 모든 것이 마이클 잭슨이 혼자 창조한 거야!! 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것을 자신의 음악이나 춤에 취해왔고, 항상 공동작업을 좋아했으며, 전문가 데려오는 걸 좋아했다. 음악적으로 욕심나는 건 무조건 취하고,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 좋아했다. 이게 좋아하는 건지 해야한다는 강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다.
새로움과 대중성. 좀처럼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진보가 대중적인 것만큼이나 이상하다. (실제로 그는 음악적으로 '충분히 진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테면, 비틀즈는 앨범도 무척 많이 내고 듣다보면 좋은 노래도 많지만 괴상한 노래도 많다. 팝이든 클레식이든 흔히 새로운 걸 시도한다는 사람들의 음악은 귀에 익기 전에는 듣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마이클 잭슨은 누가 새로운 걸 시도했다고 하면 바로 가져온다. 그냥 가져오는 게 아니라 '듣기 좋게' 재가공해서 들려준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소리를 그처럼 완벽하게 대중적인 음악으로 구현해낸 사람은 없다. (JAM에는 65가지의 '소리'가 들어가있다. 음악이 아닌 소리를 음악으로 만드는 작업을 마이클 잭슨이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걸 가장 음악적으로 만들어낸 사람은 마이클 잭슨이었다. 그걸 맨처음 시도한 사람도 이렇게 빨리 음악이 되서 나올 줄은 몰랐을 걸.)

off the wall, thriller, bad, dangerous, history, invincible. 어떤 흐름이 있긴 하지만, 앨범별 개성이 다른 건 물론이고, 앨범 내 곡도 천차만별이다. 마이클 잭슨의 앨범이 나오고 싱글이 쏟아지면 빌보드 차트의 발라드-댄스-락 차트를 돌아가면서 점령하는 이유가 그거다. 대륙마다 인기 있는 곡도 다르다. 사실 장르를 나누는 것도 미묘하다. 그래서 평론가들의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평론도 마찬가지다. 정리를 해야하는데 마이클 잭슨 앨범은 음악 이론으로는 정리가 깔끔하게 안 된다. 솔직히 이런 앨범에 대해 떠드는 거 귀찮다. 그래서 마이클 잭슨 평론은 빤하다. 사운드 얘기하고, 보컬이랑 코러스에 대한 이야기 좀 하고, 다양성 이야기 하고 여기에 그냥 엔터테이닝에 대해 이야기 한 게 끝이다. 그리고 별점의 기준은 대중적인 파괴력정도? 잘했어 잘했는데, 별 세개와 다섯개의 차이는? 음악에 별점치는 것처럼 웃기는 짓도 없지만 하여간 많은 평론이 뜻뜨미지근하다. 왜냐하면 그런 것으로는 설명이 '충분히' 안되니까.

그래서, 마이클 잭슨은 마이클 잭슨이다.
그의 캐릭터도, 그의 음악도 마이클 잭슨이라고 말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정의할 수가 없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마이클 잭슨의 곡이 다르다. 사람마다 마이클 잭슨에게서 느끼는 매력이 다르다. 대중이 감잡기 힘들어했던 그 안의 다양성이 오히려 그의 대중성을 더 높이지 않았는지. 어쨌든 그래서 마이클 잭슨의 팬들도 가끔 마이클이 싸이코네 불쌍하네 어쩌네 헛소리를 찍찍해대는 거다. 팬들도 그를 정의하지 못하므로.


2. 마술피리.
오페라 마술피리에 보면 그런 대사가 나온다. '세상의 모든 선한 사람에게 마술피리가 있어서 악한 사람을 선하게 만들고, 서로 우정을 나누며, 평화를 누리며 어쩌고 저쩌고...' 좀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계몽적인(?!) 내용이 나온다. 
어쨌둔 마이클 잭슨이 스스로 마술피리의 역활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말했듯이 그의 음악은 대중적이다.
그것이 그의 지향점이었다. 세계가 하나 되고, 인종에 상관없이 음악을 듣고 즐거워하며 하여간 다 같이 잘 살고 햄볶고, 즐겁고, 착하게 사는...(우엑-ㅠ-) 그의 음악은 마지막까지 '세계평화, 같이 공유하고 같이 즐기고 싶은' 것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펑크이고, 락이고, 소울이며, 비트가 강하면서도 멜로디 라인이 부각된다. 그의 음악은 매우 흑인음악적이며 동시에 매우 백인음악적이다. 마이클 잭슨의 어떤 곡은 유럽에서 더 인기있고, 어떤 곡은 아시아에서 더 인기있고, 어떤 음악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더 인기있다. 그걸 한 앨범 안에 밀어넣는 게 마이클 잭슨이다. 그래서 마이클 잭슨이 90년대 들어서는 닭살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지언정(80년대 we are the world는 괜찮았지만 90년대 heal the world의 닭살은, 세대의 변화, 시대의 변화, 마이클 잭슨의 변화가 맞물려서 생기는 것이었다), 그는 대중적이다. 나의 경우가 그렇듯 어느 선까지는 취향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다. 하다못해 어느정도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마이클 잭슨의 영향력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그의 음악은 모레시계의 가운데 있다. 위에 있는 넓은 공간의 음악을 취합해서 마이클 잭슨을 거치면, 그의 영향을 받은 현재의 대중음악이 있다. 그가 바로 대중음악 그 자체다. 그래서 마이클 잭슨 전에는 비틀즈도 있고 스티비 원더도 있지만, 마이클 잭슨 이후로는 아무도 없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아래는 그냥 랜덤 리스트. 막 골라. ㅋㅋ

can you fell it. 잭슨즈.
이 노래 말이죠, 너무 좋습니다. 클럽에서 이 노래, 리믹스, 리메이크 버젼만 돌려대도 춤 추는 게 가능할 것 같을 정도다. 소울+펑키 느낌의 댄스곡. 이 곡은 퀴어 애즈 포크라는 드라마에서 리메이크 버젼으로 자주 나왔던 기억이 난다. 마이클 잭슨의 성인 솔로 활동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뒤늦게 발견한 곡.


the way you make me feel.
아가씨는 이쁘고, 총각은 철없이 날뛰는데 귀엽고. 음악은 경쾌하고. 어이고, 좋아.
내가 생각하는 댄스곡의 정석이 이런 스타일이다.


Dangerous. 11월에 나와서 그 해의 앨범(제일 많이 팔린 앨범)으로 상탔다. 미쳤음.
어쨌든 이 퍼포먼스로 세계 최초 '퍼포먼스 리뷰'라는 걸 탄생시켰다. 저쪽 동네가 아주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대중음악에 발레나 전문 춤처럼 안무의 개념을 넣은 것이 마이클 잭슨이었다. 요즘은 노래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게 당연한 양 말하지만, 사실 더럽게 힘든 일이다. 이런 라이브로 노래 부르면서 춤추기를 제일 먼저 하고 퍼트린 사람도 마이클 잭슨이었다. 그 뒤를 마돈나 언니가 바짝 따르지. 마돈나 몸 좀 봐라. 완전 춤을 위한 근육질. 체력 유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쏟는지 모른다. 정말 쉬운 게 아니다.


give into me.
내가 bad하고 dangerous를 눈꼽만치 더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이클이 섹시해서 인 듯. off the wall이전엔 그냥 쌩으로 막 귀엽고, thriller 때 조금씩 섹시해지더니 bad, dangerous 때 섹시함이 폭발해주심. invincible 때는 아부지 마이클. 아저씨 포스 풍길 때가 많다. 막 귀엽고, 귀엽고 섹시, 귀엽운 아저씨...라고나 할까. 물론 빠순이 의견. ㅋㅋ
어쨌든 마이클 잭슨 곡의 연주 퀄리티는 하늘을 뚫고 올라가곤 하는데, 토토, 슬래쉬, 산타나 등의 기타꾼들과의 협업은 많이 알려진 것이다. 저기 빠글이 머리 산만한 아저씨가 슬래쉬. 기타 연주 무척 잘하심. 거의 모든 라커가 그렇듯 이 아저씨 유머도 있음. 귀엽...

you are my life.

speechless.

혼자 노래 부르고, 코러스 넣은,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노래 두 개. 내가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는게 노가다를 잘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 어쨌든, 이 두 곡은 애들을 향해 만든 곳 같다.
네가 나의 태양이고, 나를 빛나게 해주고, 별보다 빛나며, 네가 달이며, 너는 나의 낮이고 밤이고 내 삶이다. 네가 함께하는 삶을 가르쳐줘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하고 강하게 하고 눈을 뜨게 한다, 네가 없이는 아무것도 진실로 느껴지지 않으며, 그런 너로 인해 할 말을 잃는다는 가사. 이번에 하려고 했던 런던 콘서트를 수락한 이유 중에 하나가 마이클의 아이들이 마이클의 퍼포먼스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이기도 했다. 워낙 애들 좋아하기도 했지만, 아주 자기 애들을 물고 빨고 하더만. 

bad 이후 앨범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섹시해서도 있겠지만, 그 이후로 마이클 잭슨이 음악으로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가 생각하는 바를 노래하기 때문에. thriller는 정말 엄청나게 잘 만들어진 흥행을 위한 앨범이라는 느낌도 많이 들고.


3. 천재 스타님.
내 몇몇 천재를 좋아하고 또 한 둘은 직접 아는데 본인이 알더만, 자기가 천재라는 걸. 하긴, 남보다 이걸 조금만 잘해도 잘난척 하기 마련인 인간인데 무엇에 대해 월등한데도 그걸 모른다면 그건 바보겠지. -만 재수없구리.
마이클 잭슨도 본인이 천재라는 걸 알았다. 본인이 가수라는 것도 알았고, 스타라는 것도 알았다. 그는 첫 데뷔무대에서 아무도 안 알려줬는데도 어떻게 해야할지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종종 하늘이 주신 재능에 감사하기도 했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고 고맙다고 했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 평소엔 겸손한 듯 하면서도 특정한 지점에서 부리는 끝모를 욕심, 죽었다 깨나도 안 굽힐 것 같은 고집, 과도해 보이는 자신감, 과시욕, 자존심의 발로인지 뭐시긴지 알 수 없는 완벽주의(완벽주의가 되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작업에의 완벽주의), 내면의 강함, 그리고 스스로 지운 책임감.
스파이더 맨에 보면 '가지고 있는 힘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라고 하는데, 마이클 잭슨도 비슷한 뉘양스의 말을 하는 일이 있었다. 기부활동을 포함한 그 나름대로 세상을 좋게 만들고자 하는 모든 활동이 제가 좋아서 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책임감도 있었던 것이다. (그 책임감 누구한테 좀 부여하고 싶다능...) 어쨌든 그는 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 대체적으로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할만한 재력이 있었다.

마이클 잭슨이 착각을 한 건,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믿음을 제외하고는 아마 스타의 사생활에 대한 것일거다.
마이클 잭슨의 사생활은 거의 드러나 있지 않다. 죄다 루머 뿐. 왜 루머만 있고 드러난 사생활이 없냐하면, 알려주지 않으니까. 공식적인 단독 인터뷰도 두 개, 그 외에는 본인이 선택한 영상만을 제공할 뿐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사실을 말하라고 할 때도,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대응은 '그런 거짓말만 하는 잡지에 돈을 쓰지 마세요'정도. 그건 사실이 아니예요 하고는 사실을 이랬어요 하면서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가 백반증이라고 밝힌 것도 백반증이 발병한지 10년이 더 지난 93년 오프라윈프리쇼였다. (그럼 그 전까지는 다들 백인수술을 받았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아니, 그 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너무 늦는 거 아냐? 원칙과 다르다 해도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도 권리이자 의무일 터인데...)
어쨌든, 그는 가수고 그래서 그의 사생활이 아닌 음악으로 평가받길 바랬다. 사람들이 마이클 잭슨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마이클 잭슨도 사람들이(타블로이드가) 왜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궁금해하는지 당췌 이해를 못했다. 그 생각은 옳지만, 지금 시대에 맞는 것은 아니었다.


(편집본인데, 요약하면)
'전 투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팬들이랑 만나는 것은 좋아요. 에너지가 대단하고 멋지죠. 정말 환상적이에요. 팬들이 의자를 원하지 않아서 항상 스탠딩으로 진행해요. 하지만 이건 어려운 일이에요. 이 나라 저 나라로 옮겨다니니 시차적응도 어렵고, 공연 후에도 잠을 못 자고 내내 졸립고, 프레스는 따라다니고. 정말 힘들어요.'
'부정적인 부분을 빼고, 긍정적으로 다시 한번 가죠.'
'나 투어 싫어해요. (I don't like to tour.)'
'알아요. 그래도...어쩌고 저쩌고...'
'완전 지옥이라고요. (I go through hell..)
'하지만 어쩌고 저쩌고...'
'좋아요. 긍정적으로 말할게요. 그래도 당신은 사실을 아니까...'
'좋아요. 다시 갑니다.'
(급정색) 'I Love to Tour. I just...'  
(주변에서 웃고 난리. 흐흐 히히 헤헤 우헤헤헤.)
'당신들이 시켜놓고는... 킥킥. 왜 웃어요. 나 정말 제대로 하고 있었다고요.'

그렇게 피곤한 투어를 왜하냐하면, 팬들때문에 한다고 한다. 여느 스타님이 모두 그러하듯 마이클 잭슨은 자기 팬을 참 좋아한다. 내가 보기엔 팬이나 프레스나 거의 비슷한 강도로 마이클 잭슨을 괴롭히지만, 팬에 대해선 아이들과 동급으로 거의 무조건 '알라뷰' 모드. 뭐 행동이야 어떻든 팬들이 보이는 무조건적인 '우리는 마이클 편'이라는 것에 중독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팬을 가족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대인공포증도 영향이 있는지, 본인도 한명의 사람이랑 이야기 하는 것보다 몇천명 앞에서 서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하기도 했지. 뭐시기 싸인회에서 팬이 책상 위에 반지를 올리면서 '결혼해주세요'이러면서 가는데, 마이클이 반지를 집어들며 '뭐라고 그랬어요?' 이러니까, 경호원이 그 팬의 말을 전해준다. 마이클 재밌는 표정으로 반지를 네번째 손가락에 끼고 이리저리 눈치보면서 싸인을 한다. 이럴 때 보면 보통 사람같기도 하고, 영락없는 스타님같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고삐리 때 마이클 잭슨 공연 갔다 온 뒤로, 이 오빠한테 홀라당 빠져서 팬모임(정확히는 쏘니에서 팬들한테 해줬던 뮤직비디오 상영회. 그때 Ghost 뮤비를 봤다)에 갔었다. 요즘 아이도루 팬들이랑 마이클 잭슨 팬들의 차이점은, 요즘 팬은 본인이 스타를 소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그것에 충실한데, 마이클 잭슨의 팬은 마이클 잭슨을 거의 우상으로 생각한다. 따라하고 싶고, 본받고 싶어한다. 그 때 팬들이 '까아~ 마이클...'이러는 것에 위화감을 느껴서 그 뒤로 안 갔는데, 요즘 아이돌 빠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지=_= 뭐, 알아도 빠질은 같이 못하겠지만. 하긴 내가 무슨 상관, 스타님이 좋다는데.


애들한테 자장가로 불러줬다던 마이클 잭슨이 좋아하는 노래라는 smile.
마이클 잭슨은 찰리 채플린의 팬이기도 했다. (사실 많은 사람의 팬이다. 빠돌이 기질이 작렬.)

중간에 나오는 장면. 조카 애들 셋이 마이클 잭슨을 풀장에 빠트리려고 밀어대니까, 마이클이 소리를 지른다. '난 착한 사람이야! 샤워도 했고, 머리도 감았다고! 진짜로!' 그리고 꺄아아아아아. 맥컬린 컬킨이랑 같이 있는 장면을 보면, 장난 칠 때 행동이나 말투가 컬킨은 거침이 없는데(맥은 장군감.) 잭슨은 이거 괜찮을까 괜찮을까? 조금씩 주저하면서도 결국 동조한다. 그리고 굉장히 좋아함. 어렸을 때 같이 놀 친구도 없었고, 사람 대하는 거 어려워해서 어랜 애가 외로움에 우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무척 소극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어린애들이 자신의 동심이나 어린 시절을 잃는 걸 싫어했다. 그게 뭔줄 아니까. 그래서 그런지 보기보다 사소한 거에 감동하고 만족하는 사람이다.


4. 나도 마이클 잭슨(이외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장자, 정조님, 아마데우스, 세종 등)을 일종의 멘토로 생각하고 있다.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내가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장하고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누구보다 많은 영향력을 준 사람들이기에. 그래서 당연히, 내 선생같은 사람을 누가 함부로 말하는게 싫다. 넋놓고 찬양할 생각은 없지만(사실 집구석에서 혼자 많이 하지만), 생각없이 까는 꼴은 못보겠다는 거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슈퍼볼 경기타임보다 브레이크타임의 시청률이 더 나오는 엽기적인 기록을 낸 공연. 경기 중간에 저런 대규모 공연을 한다는 아이디어도 굉장하다. 저렇게 하겠다고 한 마이클도 같이 한 기획자도 제 정신이 아님. 도대체 하프타임에 얼마를 쳐들인 거냐. 그런데 참 그답다. 저렇게 대형으로 하는 것도, 경기장 안의 사람들이 다 같이 아이들이 손잡고 있는 그림을 만드는 것도, 음악이 끝나고 잔뜩 터지는 불꽃놀이도. 확실히 인간들이 직접 참여하면 감동을 준다. 이런 게 어쩐지 조금만 마음을 바꿔먹으면 세상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을 주게 한단 말이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내가 완장 좋아하는데 마이클 잭슨이 완장 차는 패숑(제복)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96년 한국 콘서트이지만, 그를 멘토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인기와 거대한 재산을(한마디로 권력을) 한번도 대중에게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가나 권력가가 되기 보다는 대중에게 친근한 예술가로 남았다. 자신의 팬들과 대중에게 음악이나 공연을 보여줄 때 한 번을 대충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서 완벽하게 보여줬다. 재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모든 다양성이 좋았다.
어젠 heal the world를 듣다 울었다. 마이클 잭슨이 이 곳을 떠나고 나서 처음으로. 이제 진짜 그가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을 들을 수도, 그가 기획한 공연을 볼 수도, 무엇보다 마이클 잭슨이 그의 아이들과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대중을 위해 일했는데, 대중에 의해 공격받은 이 등신같은 상황이, 이게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가 지긋지긋해서 울었다. 

팬으로써, 아니. 인간으로써 한 마디 하자면, 제발 마이클 잭슨 좀 내버려둬라. 팬들도 차라리 아무 말 안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오해를 풀겠답시고 되려 그걸 들추거나, 쿨한척 한답시고 되도않게 불쌍하게 몰아가거나 싸이코로 만들지 말고 그냥 좀 내버려 둬라. 그렇게 함부로 대해질 사람도 아니고, 불쌍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도 아니다. 그냥 내버려둬. 아니, 그냥 잊어버려. 자기 편한대로 기억하려면 차라리 머릿 속에서 지워버려. 어차피 인간은 타인을 이해 못한다. 제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은 그를 통채로 좋아하는 것이다. 왜 로맨틱 코메디에 많이 나오지 않나. '너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라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괴롭히지마=ㅍ= 짜증나.

아, 오늘도 디지게 길지만, 아쉬우니까 마지막으로 웃긴 거 하나. 마이클 잭슨 비트박스.

잘한다 어쩐다를 떠나서 나는 구강 전체를 다 이용해서 비트박스를 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입술, 혀, 입안의 공간, 목에서 나오는 소리까지 사용하시는 마이클 잭슨 님이시여. 처음에 봤을 때 웃겨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잘해, 멋져 보다는 귀여워 ㄷㄷㄷ...라고나 할까.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다.
아, 웃긴 거 하나 더. 저 위에 dangerous 무대, 끝부분에 짤려서 안 나오는데, 노래 끝나고 다 누워있는 댄서들, 딱 그 자세로 기어서(? 스스로 팔로 몸을 밀어서?) 나간다. 중간에 조명이 꺼지면 서서 나가는 모냥. 나 그거 보고 귀엽기도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웃다 기절. 디테일이란 이런 거다.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 네, 어설프게 마이클 잭슨 따라하는 애들한테 하는 말이에요.

이제 마이클 잭슨 이야기 안 하련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역시 나는 외로운 안방빠가 적성에 맞...(음?)